① ‘불륜’은 도덕률에 대한 배반이다. 꼭 사랑해서 결혼했거나 내내 사랑해온 부부가 아닐지라도, 혼인 상태에서의 불륜은 두 당사자 간 약속을 넘어 가족, 사회, 법, 때로는 신앙의 ‘신성한’ 서약을 깨뜨리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래서 사사(私事)임에도 공사(公事)다. ② 순수하고 이상적이어서, 또는 삶을 깊이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경험과 사유의 폭이 제한되어 있으면, 단죄도 쉽다. ③ 사교계 질서(decorum)를 깨뜨리지 않는 한도 안에서 당시 사회가 불륜을 허용했음에도 안나가 그 룰과 타협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스스로 기만하고 싶지 않아서다. 사랑에 전부를 걸어서다. ④ 톨스토이가 그려내려 한 것은 살아 숨 쉬는 개인 욕망과 그 위에 군림하는 제도적 계율의 불가피한 공생 관계였다.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