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정치 칼럼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말년과 지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재임기가 상당히 흡사하다. 보수, 중도, 진보 등 성향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언론의 두 사람에 대한 논조가 거의 같고 다루는 글감도 비슷하다. 얼마 전 다른 신문사 칼럼니스트와 “요즘 백일장 대회 나간 느낌 같지 않냐. 같은 시제(試題)를 보고 글쓰기 시합 하는 꼴이라 차별화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② 윤 전 대통령 시절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지 마라’,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이력과 경력이 불투명하고 일천한 참모들을 곁에 두지 마라’, ‘일부 유튜버에게 미혹되지 마라’, ‘신문방송과 유수의 여론조사를 무시하지 마라’ 같은 소리를 입이 아프게 반복했다. 그래도 별무소용이었다. 민심의 방향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 거꾸로 역주행하던 총선 시기부터 총선 참패 이후에도 연신 어퍼컷을 날리고 여당 대표에게 눈을 부라리다가 비상계엄으로 자폭한 2024년이 특히 그랬다. 지금 장동혁 대표한테도 다들 그러고 있다.
③ 이런 모습도 윤석열과 꼭 닮은 꼴이다. 사면초가 꼴로 믿을 사람이 없어지니 고등학교 동문들을 군 요직에 배치한 이후 호흡을 맞춘답시고 연일 폭탄주를 돌리며 야당 욕, 여당 대표 욕을 주입한 후 어이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장면. 이들이 “비상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정당성을 강변하던 모습이 지금의 장동혁과 똑같다.
④ 윤석열은 민심과 국회에 의해 비상계엄 시도가 좌절된 이후 며칠간은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곧 기세가 오히려 등등해졌다. 중국인에 의한 안보 위협, 부정선거 가능성 등을 갑자기 꺼내들더니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부터 온갖 음모론, 억지를 총동원해 보수 지지층을 붙잡고 늘어졌다.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을 때도, 국민의힘이 풍비박산이 났을 때도 바지 가랑이를 붙잡는 힘은 더 세졌다.
⑤ 이런 구조에선 장동혁은 국민의힘 내에서 천하무적이 된다. 앞으로 자기 형편이 더 안 좋아지면 당 지지율을 떨어뜨리면 된다. 중도보수 성향의 지지자들이나 국힘이 윤석열과 절연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포기하고 나가게 하는 대신 장동혁이 이미 연대의 대상으로 지목했던 당 밖의 우파들, 강성 유튜버 청취자들과 군소 보수 정당 지지자들을 유입시키면 된다. 한동훈 제명으로 당이 타격을 입는다고? 장동혁 입장에선 천만의 말씀이다. 한동훈 지지자들도 그를 따라 나가면 더 좋다.
전체 국민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괴리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국민의힘 지지자보다 무당층 숫자가 늘어날수록,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장동혁의 지분율과 장악력은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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