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김낙수 부장(류승룡)의 고난이 남 일 같지 않아서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승진 경쟁, 좌천, 희망퇴직, 부동산 투자 실패 등 내용이 너무 리얼해 다큐멘터리 같다는 반응도 있다. 젊은이들도 몰입해서 본다고 한다. 언젠가 내 앞에 닥칠 일 아니냐면서.
② 낙수가 희망퇴직하는 장면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떠올랐다. 유만수(이병헌)도 25년간 일했던 제지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다. 그림 같은 집과 단란한 가족 등 “모든 걸 다 이뤘다”던 만수,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대기업 25년 차 부장의 인생은 위대한 것”이라던 낙수. 둘이 커리어의 정점에서 느꼈던 성취감은 모래성 같은 것이었다.
③ 낙수와 만수 모두 변하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 성실히 일하면 회사가 보답해줄 것이란 믿음 하나로 버텨온 샐러리맨들이다. 지방 공장 발령을 받고도 “나, 아직 쓸모 있는 놈이라고!” 외치던 낙수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자신을, 또는 자신의 미래를 투영했을 터다.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 장그래도 25년 직장 생활하면 김 부장처럼 돼 버린다는 자조적인 반응도 있다.
④ ‘태풍상사’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은 젖은 낙엽 취급받지만, 낙수와 만수에게도 태풍처럼 사랑과 일, 모든 것에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가혹한 시대와 운명에 맞서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청년 시절, 외환위기란 거센 폭풍우에 온몸으로 맞서야 했던 그들은 지금은 가족 부양의 무거운 짐을 진 채 저성장·무한경쟁의 엄혹한 현실을 힘겹게 통과하고 있다. 출생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에 태어났기에, 치열한 경쟁은 그들에게 숙명 같은 것이었다.
⑤ 개인적으로 꼽은 ‘김부장 이야기’ 최고의 명장면은 낙수와 아내 하진(명세빈)의 포옹 신이다. 하진은 짐 싸서 대낮에 귀가한 남편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고생했다. 김 부장”이라는 위로와 함께. 부부의 뜨거운 눈물은 많은 걸 함축하고 있다. 하진은 속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당신의 헌신, 다들 알고 있어. 그거면 됐어. 임원 그까짓 게 뭐라고. 그 또한 모래성 같은 것인데.’
드라마가 남은 회차에서 남들과의 ‘비교 지옥’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낙수의 인생 2막을 통해 어깨가 축 처진 중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해줬으면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아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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