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독일에서 평화를 갖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peace for our time)’입니다.”
1938년 9월 네빌 체임벌린 당시 영국 총리는 독일 뮌헨에서 독일계가 많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나치 독일에 양도하는 ‘뮌헨 협정’을 맺었다. 여섯 달 전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나치 독일이 더 이상 영토를 확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② 귀국한 체임벌린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 앞에서 자신이 전쟁을 막았다며 그 유명한 ‘우리 시대의 평화’를 외쳤다. 1919년 탄생한 신생 독립국 체코슬로바키아는 이 협정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강대국 독일이 영토 일부를 삼키고 또 다른 강대국 영국이 이를 지지하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③ 다만 평화는 고작 6개월짜리였다. 나치 독일은 1939년 3월 체코 전체를 합병했다. 같은 해 9월 폴란드도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체임벌린은 1940년 5월 실각했고 반년 후 숨졌다. 영국 또한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미국에 넘겨줬다.
④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인 친(親)러시아 노선으로 일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노라면 체임벌린이 떠오른다.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가 필요하고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맺어 그간의 군사 지원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미국의 이해관계로만 보자면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2000년 집권 후 권위주의 통치로 일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냐는 것이다.
⑤ 이런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발트 3국, 몰도바, 폴란드 등과도 갈등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이 중국, 북한 등에 ‘잘못된 판단’을 할 신호를 주지 않을 것으로 자신할 수 있는가.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해 6월 영국 시사매체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면 세계의 제국주의가 부활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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