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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081

173가지 편지 매뉴얼, 자기계발서로

① 서간문범은 유럽에서 인쇄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16세기 초에 등장한 장르인데, 영국에서는 특히 18세기에 크게 유행하게 된다. 서간문범의 인기는 우편 시스템의 발달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② 1685년 영국 정부는 낮은 사회계층까지도 이용 가능한 획기적인 우편제도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신문과 잡지의 배포가 활발해졌고 서신을 이용한 개인의 커뮤니케이션도 폭증했다. 이런 변화는 읽고 쓰는 관행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었고, 그 영향으로 18세기 영국의 언어 사용이 엄청나게 세련돼 갔다. ③ 서신 교환이 보편적인 사회에서는 편지가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일종의 증명서 역할을 한다. 사회적 상승을 꿈꾸던 사람들은 좀 더 근사한 편지를 쓰기를 원하기 마련이어서 그런 욕망에 부응하던 편지쓰기 매뉴얼은..

현대 사회에서 연구자의 쓰임

① 대법원에서는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재판연구관들은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을 검토하고, 대법관을 위해 법 논리를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에는 여러 갈래의 선고 결과를 위한 논거들이 제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② 당연하게도 보고서를 작성하는 재판연구관은 자신의 소신에 반하는 의견 내기를 소신껏 거절할 수 없고, ‘이런 의견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평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재판‘연구’관의 역할은 법과 문헌을 연구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③ 현대사회에서 연구자에게 거는 기대는 미묘하다. 연구자는 소신을 위해 당장 손해를 감수하는 인물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재판연구관처럼 주장에 필요한 논리를 만들어 설득하는 능력이 있어야 높은 평..

알고리즘이 문화 다양성을 죽였다

① ‘알고리즘의 축복’이란 말이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콘텐츠는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금세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이 된다는 뜻이다. 한번 알고리즘을 탄 노래와 춤, 심지어 음식 등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을 지배하는 유행으로 자리 잡는다. ② 의 저자 카일 차이카(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를 비롯해 각종 취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고 믿지만, 대단한 착각”이라며 “온라인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이 전 세계인의 문화적 취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 차이카는 “알고리즘이 문화를 획일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화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와 춤, 음식, 장소 등은 알고 보면 소비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선택한..

돈은 못버는 척척박사, AI버블론 왜

① 글로벌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버블(거품)론’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생성 AI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명시적이고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② 시장이 생성 AI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 이유는 AI 기업들이 수익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수익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달 오픈AI의 올해 적자가 최대 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익은 35억~45억 달러가 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LLM(거대언어모델)의 데이터 학습 비용, 인건비 등으로 발생할 비용 추정치 85억 달러가 문제다. ③ 국내 벤처투자 업계도 ‘AI 버블’이 도래했다는 점에선 대체로 동의했다. 김경민 500글로..

파리올림픽은 승자의 저주를 끊을까?!

① “최근 수십 년간 올림픽은 예산 초과, 장기 부채, 인프라 낭비나 환경 피해 등으로 흠집이 났고 비용은 증가했다” ② 스위스 로잔대 마틴 뮐러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1992~2016년 14차례 동·하계 올림픽 중 흑자는 애틀랜타, 시드니, 밴쿠버 등 3곳에 불과했다. 그래서 올림픽 개최가 ‘승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③ 매출 61%가 방송 중계권료이고, 30%가 주요 기업 후원이다. 이 중 10%는 IOC 운영비로 나간다. 올림픽 개최국이 얼마나 손해를 많이 보든 상관없이 IOC 매출은 계속 늘었다. 그런데 IOC가 개최국에 보내는 지원금은 전체 개최 예산의 10%정도밖에 안 된다.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개최 비용을 대부분 개최국이 재정과 부채 등으로 자체 조달해야 한다. ④ 올림픽이 초대..

한일관계에도 필요한 것은? 바로 메타 인지!

①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의 한 공연장. ‘한국어 안내’라고 쓰여 있어야 할 곳에 ‘조선어’ 세 글자가 선명했다. 자신 있게 ‘조선어’라고 써 붙였던 사실 자체가 한·일 관계의 현주소 아닐까.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못 알고 있는 게 많다. ② 모른다는 걸 아는 것이야말로 아는 것의 첫걸음이다. 말장난 같지만, ‘메타 인지’의 핵심을 쉽게 풀면 그렇다. 메타 인지란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이 1976년 만든 용어로, ‘인지 활동에 대한 반성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의미한다. ③ 내가 뭔가를 아는 것이 진짜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비판적으로 통찰하는 과정이다. 실제는 모르는데 안다고 착각하는 것, 그 착각에 근거해 타자를 정의하고 판단하는 것은 수많은 오해와 불행의 시작이..

AI 거품론에 무용론까지, 실리콘밸리 vs 월가

① 5일 오후 서울 전역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8%가 넘는 주가 폭락에 당황한 한국 ‘개미’들은 자연현상마저 “내 주식 계좌가 부서지는 소리”라며 아우성이었다. 공포스럽게 내려가던 주가는 6일이 되자 새벽 미국 뉴욕 증시 선물시장에서 반등 기미가 보이더니 한국과 일본 증시에서 기록적 상승률을 보였다. ② 시장이 대체 왜 이러는지 정확한 답을 알긴 어렵다. 최근 2년 동안 미국 고용이 나쁘면 증시는 환호했다. 경기가 식어야 인플레이션이 둔화돼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빨리 내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③ ‘인공지능(AI)이 증시를 이끈다’는 내러티브도 깨졌다. 팬데믹 이후 금융을 대표하는 미 월가와 기술기업을 대표하는 실리콘밸리는 ‘절친’ 관계였다. ④ 하지만 지난달 월가는 ‘AI가 생각보..

도시 문화 지형을 바꾸는 미술관 건축

① 한동안 파리가 쇠퇴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미술관, 박물관의 다양성과 풍부한 컬렉션, 최근 미술시장·아트페어(Paris+Par Art Basel)의 도약으로 파리의 명성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21세기 들어 거대 자본이 투입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프랑크 게리 설계)과 피노 컬렉션(안도 다다오 설계)은 혁신적인 미술관 건축, 영향력 있는 전시로 현대미술의 쌍벽을 이루며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② 사실 미술관 건축이나 세계적인 건축가들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계기가 있었다.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리움미술관 신축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프랑크 게리, 장 누벨 등의 건축사무소를 방문하고 그들의 건축물을 견학한 적이 있다. ③ 리움의 참여 건축가(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이..

티메프에 놀란 이커머스

① 이커머스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업계의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판매액 기준 톱10에 드는 티메프가 정산 대금을 제때 못 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우리는 티메프와 다르다’며 재무 건전성과 빠른 정산 등을 강조하며 소비자와 판매자를 안심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②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은 재무 건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가 충분히 많은 현금을 보유한 만큼 판매자 정산이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③ 기존 정산 주기가 7~8일인 G마켓은 제품이 출고된 다음 날 판매 대금의 90%를 정산해주는 ‘스마일배송’을 판매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오후 8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을 보장하기 때문에, 사실상 ..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사실상 3분간의 LVMH 광고였다

① “한 고객만을 위한 ‘맞춤형(bespoke) 명품’을 만드는 데 1년을 투자합니다.” ② 루이뷔통의 모기업이자 이번 올림픽의 최대 후원사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는 곳곳에 자회사의 브랜드를 노출시켰다. 지난달 26일 개회식 영상에는 루이뷔통 가죽 제품을 제작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LVMH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도 등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사실상 3분간의 LVMH 광고였다”고 평했다. ③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LVMH, 삼성, 코카콜라 등이 예전에 광고가 없던 올림픽 구역에 자사 제품을 배치했다며 “올림픽을 상업화한 전례 없는 사례”라고 짚었다. ④ 올림픽은 프로 축구, 프로 농구 등과 달리 그간 경기장 내에서 후원 기업을 가급적 노출하지 않았다. 이런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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