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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그녀는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자를 사랑에 빠지게 했던 ‘여자’로서의 모습 또한 모두 잃은 채 광기와 야생의 상태에서 말을 잃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② 이것은 발자크가 1830년에 발표한 중편소설 『아듀』의 내용이다. 이 소설에서 발자크는 남성 인물 필립의 절절한 슬픔과 사랑이 사실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임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사건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대상을 앞선 순간 그 욕망은 망각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었던 자를 드디어 죽게 만든 것이다.
③ 오카 마리는 『기억 서사』에서 프루스트의 마들렌 체험과도 유사하게 불시에 시간을 건너 떠오른 서양배의 감각을 얘기하며 사람이 무언가를 떠올린다고 할 때 그것은 사람이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사람에게 도래하는 것임을, 그것이 바로 기억의 속성임을 말한다.
④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억이 갑자기 도래할 때 기억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 내 신체를 습격해오며 그럴 때 기억이 매개하는 사건은 더 이상 과거의 영역이 아닌 철저한 현재형이 된다. 항상 현재형으로 회귀하는 사건은 시제가 파괴되어 있으며 거기에 기억의 근원적인 폭력성이 있다고 오카 마리는 말한다.
⑤ ‘폭력적인 사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에 그 사건의 폭력성의 핵심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바로 그와 같은 ‘사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 ‘사건’의 기억을 타자와 나누어 가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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