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요즘 환율이 급등하자 30년 전 ‘금 모으기 운동’이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 앞에 국민들이 장롱 속 금붙이를 기꺼이 꺼내 놓았던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당시 350만 명이 참여해 전국적으로 금 227t이 모였고, 이는 현재 한국은행 금 보유량(104t)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공동체적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② 다시 찾아온 고환율 사태에 요즘은 ‘미국 주식 팔기 운동’과 같은 달러 수급 대책이 나온다. 과거엔 돈이 없어 달러 빚을 못 갚는 파산 사태였기에 달러와 맞바꿀 수 있는 금 모으기가 의미가 있었다. 지금은 개인도 기업도 달러는 넘치는데 해외 자산 형태로 나가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귀해진 새로운 형태의 고환율 문제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연금과 서학개미에게는 국장 유턴을, 수출 기업에는 쟁여둔 달러 환전을 유도하고 있다.
③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요청에 시장이 냉담한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서학개미들은 정부가 환율 급등의 책임을 개인투자자에게 전가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 팔라고 하면 팔겠느냐’는 냉소도 나온다. 정부가 기대를 걸었던 국민연금 역시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정부 정책에 따르느라 기금 운용 수익률을 희생할 경우 훗날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④ 달래기, 압박, 규제 완화, 세무조사 위협에도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자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정부는 강력한 구두 개입과 함께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22% 한시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 능력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이례적인 강력한 메시지와 세제 혜택까지 제시한 것이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33.8원 떨어져 1449.8원에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선 결국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이 풀린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⑤ 환율이 1450원 선 아래로 진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속적으로 상방 압력을 떨쳐내려면 결국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 동참이 필요하다. 이들이 한국 경제를 낙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냉소는 ‘정부가 경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불신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경제 체력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나타난 증상일 뿐이다. 국민연금 환헤지나 세제 인센티브는 고환율이라는 증상에 대한 단기 처방일 뿐,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근본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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