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홍보에 낚여 캄보디아의 범죄조직에 감금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30대 남성 정민수(가명) 씨는 1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최근 대학생 박모 씨(22)가 캄보디아에서 납치·살해되는 등 한국 청년들이 현지에서 변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 씨처럼 다수의 피해자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휩쓸려 범죄에 휘말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 안내에 따라 정 씨가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수도 프놈펜 인근의 한 도시였다. 3m가 넘는 담장 위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무장 경비원 수십 명이 순찰을 돌았다. 이곳이 캄보디아의 ‘웬치’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웬치는 동남아 보이스피싱 조직 사이에서 쓰는 은어로 범죄 단지를 뜻한다. ‘단지’를 뜻하는 중국어 위안취(园區)에서 유래했다.
③ 조직원들은 웬치를 ‘개밭’이라고도 불렀다. ‘사람이 아니라 개처럼 일하고 맞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웬치에는 식당과 식료품점은 물론이고 카지노까지 있었지만 복지를 위한 시설은 아니었다. 콜라 한 잔이 5000원에 이를 정도로 물가가 비싸 빚만 늘어나는 구조였다.
식단은 기름기 많은 중국식 반찬뿐이었다. 3.3㎡(약 1평) 남짓한 방에 3명이 몸을 구겨 넣고 잠을 청했다. 숙식비도 모두 빚으로 계산됐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 다만 개밭 비용(숙식비)을 내고 가라”는 협박이 이어졌다.
④ 극심한 협박과 납치, 감금은 정 씨만의 경험이 아니다.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감금됐다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도움으로 풀려난 한 남성은 “정보기술(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1500만 원의 고수익을 준다. 1인 1실 호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는 구인 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실상의 업무는 보이스피싱이었고, 업무를 거부하자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동원한 구타가 이어졌다. 박 의원 측은 제보를 접하고 외교부 등에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⑤ 고수익 알바를 보장한다는 ‘위험한 초대’는 국내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취재팀이 ‘해외 고수익 알바’를 검색해 한 사이트에 들어가자 수많은 구인 글이 나왔다. 한 게시글에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일을 하면 기본급 290만 원에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월평균 1000만∼2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게시글 작성자와 텔레그램으로 직접 연락을 해보니, “보이스피싱 업무를 하면 되고, 한 주당 200만 원은 기본으로 벌 수 있고 열심히 일하는 만큼 돈은 더 벌 수 있다”고 밝혔다.

'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 제재에도 꿈쩍않던 러시아, 전쟁 특수 끝나자 경제 휘청 (0) | 2025.10.18 |
|---|---|
| 오픈AI '소라2' 인기에 거세지는 '사후초상권' 논란 (1) | 2025.10.18 |
| 20대 인구, 70대보다 처음 적어졌다 (0) | 2025.10.18 |
| 나이 들수록 돈에 집착하는 이유? (0) | 2025.10.17 |
| 트럼프 한 마디에 미국 M7 시총, 하루 만에 1100조원 날아갔다 (0) | 2025.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