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일본의 '차 애국'

에도가와 코난 2025. 9. 1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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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가끔 이상한 협상을 한다. 미국에 대해 특히 그렇다. 1980년대 미·일 반도체 협정이 대표적이다. 일본 반도체 시장의 20%를 의무적으로 미국에 내주고, 반도체 원가 정보까지 공개하는 굴욕 협정에 서명했다. 세계 최고였던 일본 반도체가 순식간에 몰락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심해지자 자동차를 지키기 위해 반도체를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있었다. 덕분에 한국 반도체의 오늘도 있다.


일본의 ‘자동차 애국’은 유난하다. 한때 일본의 자랑이던 전자 제품은 한국과 중국에 시장을 내준 지 오래지만, 자동차 시장은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쳐 사수하고 있다. 중요성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GDP의 10%, 제조업의 19% 정도를 차지한다. 훨씬 중요한 건 558만명에 달하는 고용 인원이다. 


2005년 당시 도요타자동차 사장에게 “현대차를 분해해 연구했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이 한국 자동차를 경쟁 상대로 인정한 첫 발언이었다. 도요타가 승승장구할 때였다. 2년 후 도요타는 미국 GM을 누르고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됐다. 

 

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로 자동차 산업을 도왔다. 당시 협상을 담당했던 관료는 “한미 FTA는 사실상 현대차를 위한 협정”이라고 했다. FTA 무관세에다 품질과 디자인 혁신, 프리미엄 시장 도전 등 현대차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큰 성과를 거뒀다. 닛산과 혼다를 누르고 현대차는 작년 미국 시장 판매량 4위에 올랐다. 혼다는 미국 시장에서 중소형차 ‘시빅’ 돌풍을 일으켜 미·일 무역 전쟁을 촉발시킨 회사다. 그때를 생각하면 현대차의 약진은 놀라운 일이다.

 

미·일 관세 협상을 두고 한국에선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많다. 어떻게 5500억달러를 주겠다고 덜컥 서명했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답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위해서.” 일본 차의 대미 관세가 어제부터 15%로 내려갔다. 현대차는 여전히 25%다. 관세 메리트가 거꾸로 뒤집힌 것이다. 현대차가 극복하기엔 격차가 크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용 인원은 150만명이라고 한다. 일부에선 “차라리 미국에 25% 관세를 내는 게 낫다”고 하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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