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일본은 가끔 이상한 협상을 한다. 미국에 대해 특히 그렇다. 1980년대 미·일 반도체 협정이 대표적이다. 일본 반도체 시장의 20%를 의무적으로 미국에 내주고, 반도체 원가 정보까지 공개하는 굴욕 협정에 서명했다. 세계 최고였던 일본 반도체가 순식간에 몰락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심해지자 자동차를 지키기 위해 반도체를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있었다. 덕분에 한국 반도체의 오늘도 있다.
② 일본의 ‘자동차 애국’은 유난하다. 한때 일본의 자랑이던 전자 제품은 한국과 중국에 시장을 내준 지 오래지만, 자동차 시장은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쳐 사수하고 있다. 중요성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GDP의 10%, 제조업의 19% 정도를 차지한다. 훨씬 중요한 건 558만명에 달하는 고용 인원이다.
③ 2005년 당시 도요타자동차 사장에게 “현대차를 분해해 연구했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이 한국 자동차를 경쟁 상대로 인정한 첫 발언이었다. 도요타가 승승장구할 때였다. 2년 후 도요타는 미국 GM을 누르고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됐다.
④ 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로 자동차 산업을 도왔다. 당시 협상을 담당했던 관료는 “한미 FTA는 사실상 현대차를 위한 협정”이라고 했다. FTA 무관세에다 품질과 디자인 혁신, 프리미엄 시장 도전 등 현대차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큰 성과를 거뒀다. 닛산과 혼다를 누르고 현대차는 작년 미국 시장 판매량 4위에 올랐다. 혼다는 미국 시장에서 중소형차 ‘시빅’ 돌풍을 일으켜 미·일 무역 전쟁을 촉발시킨 회사다. 그때를 생각하면 현대차의 약진은 놀라운 일이다.
⑤ 미·일 관세 협상을 두고 한국에선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많다. 어떻게 5500억달러를 주겠다고 덜컥 서명했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답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위해서.” 일본 차의 대미 관세가 어제부터 15%로 내려갔다. 현대차는 여전히 25%다. 관세 메리트가 거꾸로 뒤집힌 것이다. 현대차가 극복하기엔 격차가 크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용 인원은 150만명이라고 한다. 일부에선 “차라리 미국에 25% 관세를 내는 게 낫다”고 하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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