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거대한 세 개의 타워가 이고 있는 날렵한 배 한 척.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 샌즈가 태어난 지 15년 만에 변신을 선언했다. 바로 옆 부지에 네 번째 타워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작은 방의 하루 숙박료가 100만원을 넘지만, 기존 1850개 객실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타워는 스위트 객실 570개를 추가로 갖추게 된다.
② 마리나베이 샌즈는 랜드마크 건물 하나가 경제 전반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건물 하나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의 1% 정도를 담당하며, 싱가포르가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 자리를 차지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열린 4번째 타워 착공식에 참석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이 리프레시될 것”이라고 했다. 각국이 부러워하는 마리나베이의 성공 비결은 뭘까.
③ 서울 면적 1.2배 정도인 도시국가라 땅이 부족한 싱가포르의 자구책이었다. 1994년 간척 사업이 마무리된 후, 지반이 안정되는 기간 동안 싱가포르의 고민은 ‘이 땅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가’였다. 싱가포르의 선택은 관광이었다. 당시 의외라는 평가도 있었다. 아시아 내 싱가포르의 관광 비중은 1998년 8%대에서 2002년 6%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의 체류 일수는 3일 정도로, 홍콩(4일)이나 런던(5일)보다 짧았다. 안전하지만 재미없는 국가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다.
④ 싱가포르 정부는 마리나베이 지역을 복합 리조트 전략 거점으로 삼은 뒤, 민간이 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했다. 싱가포르 특유의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 방식이다. 싱가포르는 토지의 용도를 상업(남색), 호텔(보라색), 주거(주황색) 등으로 분류해 관리하는데, 화이트는 마치 빈 도화지처럼 하나의 용도가 아닌 복합 용도로 사용하게 하는 땅이다.
⑤ 싱가포르 정부는 판은 깔았고, 돈은 유대인과 중국인이 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 도시에서 전시·컨벤션 도시로 바꾼 유대인 셸던 애덜슨의 샌즈 그룹이 허가를 따냈고, 역시 유대인인 유명 건축가 모셰 샤프디가 건물을 디자인했다. 싱가포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화 자본이 대거 투입됐다.
⑥ 마리나베이 샌즈는 대규모 콘퍼런스 시설, 명품 쇼핑몰, 카지노를 함께 품고 있다. 카지노 안에선 흡연이 가능하고, 윙윙거리는 슬롯머신 사이에 재떨이가 빠짐없이 비치되어 있다. 공공장소 흡연 약 100만원, 전자담배 적발 시 약 200만원 벌금을 매기는 싱가포르의 이미지와 다르다.
⑦ 경직되지 않은 상상력이 마리나베이 프로젝트를 관통한다. 싱가포르는 F1 그랑프리를 유치해 2008년 마리나베이 지역에서 열었다. 세계 최초로 도심 도로를 그대로 활용한 야간 경기다. 이를 위해 교통·주류·소음 등 수많은 규제를 유연하게 풀었다. 오는 10월 초에도 어김없이 마리나베이 도로를 시속 300km 굉음을 내며 달린다. 마리나베이 샌즈의 일부 객실에선 F1 경기를 볼 수 있고, ‘F1 뷰 객실’ 몸값은 대회 기간 중에는 평소의 3배 정도로 뛴다고 한다.
⑧ 한국에서도 마리나베이 샌즈의 성공 모델을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16곳을 공간혁신구역 선도 사업 후보지로 선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역 주변, 시청 이전 후 남는 부지, 폐조선소 부지 등에 건축물의 용도와 건폐율·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해 줄 테니 한번 개발해 보라는 식이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많다.
⑨ “싱가포르는 향후 50~60년 동안 MICE 산업 중심지가 되겠다고 하는 청사진을 가지고 마리나베이를 개발했다”며 “별다른 비전 없이 높은 건물 몇 개 짓는다고 해서 저절로 랜드마크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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