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그는 왕이로소이다

에도가와 코난 2025. 8. 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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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4세는 프랑스 절대왕정의 정점을 찍은 황제다. 섭정을 포함해 72년의 재위 기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등 여러 전쟁을 일으키고, 호화로운 베르사유 궁전을 지어 위세를 과시했다. 높은 관세로 수입을 막는 한편, 수출을 장려하고 보조금을 뿌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강력한 중상주의 정책을 폈다. 나라 안팎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태양왕이라고 불렸다. 후세 사가는 그가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했다고 썼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에 못지않다. 지난 2월 트럼프는 뉴욕의 혼잡통행료 승인을 취소한 뒤 SNS에 ‘국왕 폐하 만세(Long Live The King)’라는 문장을 남겼다. 백악관은 SNS에 맨해튼을 배경으로 왕관을 쓴 트럼프의 이미지를 올렸다. 이때만 해도 대통령 취임의 여운을 즐기는 ‘기행(奇行)’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왕 놀이’를 넘어 진짜 황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③ 갑자기 관세를 부과하고, 관세율은 자기 마음대로 정한다. 미국에 투자하면 세율도 깎아주겠다며 흥정도 벌인다. 다른 나라 정상과 전화를 하다 기분이 나쁘다며 고율의 관세를 때리기도 하고(스위스·인도), 정상회담 도중 상대(우크라이나·남아공)에게 면박을 주기도 한다. 주변국 조공을 받는 중국 황제를 보는 듯하다.

 

④ 사실 트럼프의 관세와 투자 압박은 다른 나라야 어떻게 되든 미국인만을 위해 돈과 일자리를 넘기라는 것이다. 이 ‘저강도 약탈’은 17~18세기 중상주의와 닮았다. 지금은 모든 나라가 당장의 산업적 피해를 고려해 눈치를 살피지만, 언제까지 굴욕을 견딜 수 있을까. 특히 이런 힘의 논리가 용인되기 시작하면 나라마다 상대적으로 더 약한 국가를 상대로 똑같은 약탈적 질서를 강요하는 상황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 

 

역사적으로 절대 왕정은 혁명을 불렀고, 많은 피를 흘린 뒤 민주·공화정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중상주의는 제국주의로 나아갔고, 그 끝은 전쟁이었다. 참혹한 희생을 치른 뒤에야 인류는 국제연합(UN)과 세계무역기구(WTO)라는 정치와 경제 질서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질서를 떠받쳐온 미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한다. 마르크스는 거기에 ‘처음엔 비극으로, 다음엔 희극으로’라고 덧붙였다(『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300년을 거슬러 과거를 되풀이하려는 역사는 과연 희극으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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