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국제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미술관·갤러리의 기획전 행사들로 분주한 9월의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한가운데서 미적 취향과 안목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세계화에 따른 문화교류의 확대와 소셜미디어(SNS)의 영향력은 새로운 문화 소비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고, 빠른 세대교체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화시켰다.
② SNS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일과 미적 감각을 드러낸다. 취향은 자신의 기질, 성향,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자 때로는 문화적 허영, 인정 욕구, 과시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③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은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간주되지만 사회적인 구조와 관습(habitus)을 통해 계층적 차이를 드러낸다고 했다. 그가 『구별짓기』에서 말하는 취향의 사회학적 연구는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고, 지배적 미학으로 자리 잡는가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④ 20세기 후반 이후 문화현상의 특징을 사회학자 리처드 피터슨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소비하는 ‘문화적 잡식성(Cultural Omnivore)’으로 비유했다. 고급문화에 대한 상류층의 독점적 소비가 아니라 잡식성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문화적 취향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취향의 민주화와 문화적 포용성은 교육받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문화 소비로 미술시장에 나타난다.
⑤ 취향은 자주 노출되거나 익숙한 현상뿐만 아니라 새롭고 신선한 감각에도 경험적·선택적으로 반응한다. 때로는 선택적 취향을 은연중 강요받기도 한다. 토마스 카민스키(로욜라대 영문학)는 예술적 취향이 개인적이지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일종의 능력으로 본성(nature)과 양육(nurture)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우리는 안목(眼目)이라고도 하는데, 사물이나 예술에 대한 식견·분별력을 말한다. 취향의 발견과 미적 경험, 역사와 교육을 통해서 안목은 성장하고, 이를 통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심미안과 통찰력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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