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진짜 대화는 말하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에도가와 코난 2025. 12. 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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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대화를 나누며 느껴지는 서로의 온도를 좋아한다. 같은 말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온도가 된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차이는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말을 끊는 사람’이었다. 내 주변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끊는 사람들이 있다. 첫째는 ‘내 생각만 말하고 싶은 사람’이다. 마음속에 이미 자신의 답이 굳어져 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이런 대답으로 말을 끊는다. “말 끊어서 미안한데….” 둘째는 ‘생각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이다. 눈은 나를 보지만 마음은 저 멀리 있다. 내가 한참 동안 신나게 말하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그 영화 봤어?” “그 얘기 들었어?” 셋째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사람’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거울처럼 반사시킨다. “네가 그런 면이 있어.”

얼마 전 친구와 대화를 하며 ‘말이 끊기는 슬픔’에 대해 한참 얘기를 했다. 내 말을 조용히 듣던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도 가끔 내 말을 끊어.”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응? 나도 말을 끊는다고?” “네가 너무 공감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내가 뭔가 말하면 ‘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하면서 네 이야기를 시작하잖아. 그게 나쁜 건 아닌데, 가끔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으면 좋겠어.”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어느새 대화의 중심은 내가 되어 있고, 나도 모르게 상대의 이야기를 가로채고 있었다.


내 주변의 ‘말끊러’ 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내 생각만 말하고 싶은 사람’은 평소에 의견을 말할 기회가 너무 없었던 사람이었다. ‘생각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은 최근 큰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다.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사람’은 ‘나의 그런 면’을 예전부터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모두 서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누구는 너무 말하고 싶어서, 누구는 너무 많은 생각에 빠져서, 누구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누구는 너무 공감하고 싶어서.


아, 그렇구나. 때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좋은 대화가 될 수 있구나. 어쩌면 진짜 대화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구나. 상대의 말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상대의 마음이 충분히 열릴 때까지. 상대의 이야기가 충분히 흘러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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