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서학개미

에도가와 코난 2025. 12. 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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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일본 경제 거품이 꺼지자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췄다. 그러자 일본인들이 싼 엔화를 대출 받아 수익률 높은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본격화됐다. 해외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일본 사람들을 1997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가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불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2020년 코로나 창궐로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이를 기회 삼아 대거 투자에 나섰다. 이들은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거침없이 받아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19세기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렸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박스권에 갇히자 개미들은 수익률이 높은 미국 증시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인 서학개미의 등장이었다. 

서학개미 규모는 무시 못 할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2019년 말 84억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주식 투자액(잔액 기준)은 작년 말 1121억달러로 5년 만에 13배 폭증했고, 올해는 1500억달러를 넘었다. 투자자 수도 동학개미(1400만명)의 40%를 넘는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커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환율 방어를 위해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추가 과세 가능성을 언급하자 서학개미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세금이 없는 국내 주식과 달리 해외 주식은 지금도 세금을 내고 있다. 서학개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환율 방어에 실패한 책임을 왜 개인에게 떠넘기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하면 세금 올리고, 환율 정책 실패하면 세금 올리면 나도 대통령 하겠다’는 글들도 쏟아진다.

자본은 수익이 높은 곳으로 흐른다. 둑을 높여 물길을 막으면 둑이 터지거나 물이 썩는다. 물길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여 국내 증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이런 체질 개선은 거꾸로 하면서 손쉬운 세금 칼만 휘두르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서학개미가 화 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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