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천시 지리 인화 없이 이긴다는 트럼프

에도가와 코난 2026. 4. 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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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이란전쟁에서 두 개의 금기 내지는 불문율이 깨졌다. 그 첫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시에 전쟁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이스라엘이 아랍 제국과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웠던 네 차례 중동전쟁 때 미국은 이스라엘을 음으로 양으로 도우면서도 직접 참전하지 않았다. 반대로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이스라엘은 발을 담그지 않았다. 중동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확전을 막으려는 컨센서스가 작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의 12일 전쟁에서 두 나라가 합동작전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이번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그런 불문율이 깨졌다. 


② 비유하자면 호랑이를 몰아 늑대를 삼키는 구호탄랑(驅虎呑狼)의 계책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의도대로 된다는 법은 없다. 늑대를 잡던 호랑이가 먼저 지치는 경우도 있고, 기껏 잡은 먹잇감을 다른 짐승에게 내주는 경우도 있다.


이번 전쟁에서 깨진 또 다른 금기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다. 여태까지 이란에 호르무즈 봉쇄는 갑 속의 칼이었을 뿐 실제로 빼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행동으로 옮겼다. 아니 행동이란 말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기뢰를 설치한다는 말은 했지만, 실제로 설치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유조선은 발이 묶였고, 세계경제는 인질이 됐다. 처음 빼든 칼날이 이렇게나 잘드는 줄 칼의 주인조차 몰랐을 수 있다. 진가를 확인했으니 이제 그 칼은 전가의 보도가 될 판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천시, 지리, 인화를 든다. 과연 트럼프는 이 셋 중 무엇을 갖고 전쟁에 나섰나 의문이다. 현대전에서의 천시란 국제정세와 시대의 흐름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성공한 트럼프는 바야흐로 중동에도 때가 왔다고 생각했을 터인데, 과연 옳은 판단이었을까. 천시도 천시지만 결정적 패착은 지리와 인화에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트럼프에겐 상대방에 카드를 안겨 주는 비상한 재능이 있다”고 독설을 쓴 것처럼, 트럼프는 이란으로 하여금 호르무즈 봉쇄란 카드를 빼들게 만들었다. 지리상의 이점을 활용하라고 상대방에 헌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⑤ 트럼프는 종교지도자 하메네이 제거에만 성공하면 지난해 12월 유혈 탄압으로 좌초됐던 이란 중산층 시위가 다시 불붙고 결국 체제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봤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상황은 그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산 트럼프가 죽은 하메네이에게 쫓기는 형국이 됐다. 외부 세력에 의해 숨진 지도자는 순교자가 되고, 기꺼이 다음 순교자가 되겠다는 후계자가 등장하는 신정체제는 트럼프의 생각보다 훨씬 강건했던 것이다.  

 

트럼프도 이미 여러 가지를 잃었다. 정치적으로는 중간선거를 앞둔 득표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개인적으로는 노벨평화상에 대한 꿈이다. 아무리 평화를 위한 것이라 포장한다 해도 국제법에 위배되는 전쟁을 일으킨 지도자에게 평화상을 안겨줄 순 없지 않은가.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리더십과 신뢰에 상처가 났다. 그것이 가장 뼈아픈 상실일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운행하는 화물선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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