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이 갈수록 수렁이다. 경제적 충격에 당황한 미국이 출구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개전 초기 단 6일간 소모된 비용만 113억 달러(약 17조원). 1초에 3300만원 가까이 든 셈이다. 펜타곤은 이미 20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추가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당초 미국이 큰소리쳤던 ‘단기 정밀 타격’ 시나리오는 실종돼 버렸다.
② 이번 전쟁의 기저에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전략은 명확하다. 상대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공포를 유발한 뒤,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관철하는 방식이다. ‘크게 생각하기(Think Big)’로 상대를 압도하고, ‘선택의 폭 넓히기(Maximize Options)’로 예측 불가능성을 극대화하며, ‘레버리지 활용(Use Your Leverage)’으로 상대의 급소를 쥐는 것이 그 핵심이다. 개전과 함께 이란 수뇌부를 집단 제거하며 판을 장악하는 듯했다.
③ 하지만 전쟁은 트럼프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호르무즈해협과 11월 중간선거라는 덫에 걸려 트럼프가 오히려 궁지에 몰린 분위기다. 거듭되는 허언과 타코(TACO, 막판 물러나기), 오락가락 행보는 그의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의심마저 던지고 있다.
④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하던 거래의 기술이 외교 무대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비즈니스는 ‘계약’으로 끝나지만, 외교는 국가 간 이해관계와 명분, 정치가 뒤섞인 복합적 과정이다. 트럼프식 거래술의 본질은 눈앞의 이득을 챙기는 제로섬(Zero-sum)이다. 그러나 외교적 협상은 서로의 실존을 인정하며 파국을 피하는 플러스섬을 지향한다. 전쟁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가지고 지속하는 정치”라고 했다.
⑤ 둘째, 거래의 당사자가 다르다. 비즈니스는 두 명의 CEO가 서명하면 끝난다. 하지만 정치는 국민, 여론, 동맹국, 국제기구라는 수많은 ‘국외자’가 거래의 성패를 쥐고 있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에 지친 동맹국들이 “이 전쟁은 우리 전쟁이 아니다”며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결국 국내 정치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 대부분이 여론에 민감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트럼프가 너무 가볍게 봤다.
셋째, 논리로 계산할 수 없는 ‘감정’의 변수다. 트럼프는 이란 지도부만 제거하면 손쉽게 승리할 줄 알았다. 오판이다. 중세 유럽 전쟁에서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던 것은 협상의 상대를 남겨놓기 위해서였다. 불필요한 보복심과 걷잡을 수 없는 확전으로 전쟁의 목적이 흐려지는 상황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식 비즈니스 감각으로는 지역 패권 국가 페르시아의 자존심 따위는 계산에 없었다. 단선적인 비즈니스 문법은 전쟁터에서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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