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2024년 글로벌 외환시장 등에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974년 맺은 ‘페트로 달러’ 협약이 종료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50년 기한이 끝나 더 이상 원유 대금의 달러 결제를 고수하지 않아도 되고, 이는 곧 달러 패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애초에 기한 자체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물론 사우디의 달러 결제 거부도 없었다. 뜬소문이었다.
② 페트로 달러는 석유(petroleum)와 달러(dollar)의 합성어다. 미국이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산유국은 달러로만 원유를 판다는 약속이다. 벌어들인 오일머니로는 미국 국채 등 달러 표시 자산을 사들이기로 했다.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제3국 입장에서는 유사시에 대비해 달러를 쌓아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이 금본위제 폐지(1971년) 이후에도 달러 패권과 기축통화국 지위를 굳건히 지키며 세계 금융시스템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③ 미국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이 페트로 달러의 위상 약화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 석유를 통제하면 이를 단숨에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④ 셰일혁명 덕분에 미국은 이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자리는 중국에 넘겨줬다. 중동 산유국에 대한 중국의 입김이 세지자 ‘페트로 위안’이 급부상했다. 이미 원유 거래 대금의 20% 정도가 달러 결제를 벗어난 상태다.
⑤ 이번엔 호르무즈해협으로 ‘기축통화 전쟁’이 옮겨가고 있다.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결제한 유조선만 통과시키겠다던 이란은 이번엔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위안화나 코인으로 받겠다고 나섰다. 페트로 달러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선전포고다.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된 우리도 우리지만, 트럼프의 ‘역린’을 건드린 이란이 더 큰 화를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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