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지난해까지 63년간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다섯 차례뿐이었다. 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5%),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4.9%),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2020년(-0.7%), 반도체 불황과 고금리로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2023년(1.6%)이다. 하지만 저성장 충격은 1년 만에 끝났고, 다음 해엔 급반등에 성공했다.
② 대외 충격으로 경기가 일시적으로 침체를 겪었지만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했기에 눌린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경험에 비추면 올해 성장률이 1%면 내년엔 3%쯤 성장해 잠재성장률 평균(약 2%)을 맞춰야 하는데, 내년과 후년 전망치가 모두 1%대다. 2년 연속 1%대 성장도 전례 없는 일인데, 3년 연속이라니. 용수철이 탄력을 잃고 녹슬어버린 형국이다.
③ 기시감이 든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이 이랬다. 1991년 3.5%이던 일본 성장률이 1992년 0.9%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위기감을 갖지 않았다. 그전에도 0%대 저성장(1970년 0.4%)과 마이너스 성장(1974년 -1.2%)을 겪었지만, 다음 해인 1971년(4.7%)과 1975년(3.1%)에 급반등했기 때문이다. “과열된 경기가 식어가는 연착륙 과정”이라거나 “오일 쇼크 때도 금방 반등했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④ 상황이 심각해진 것은 1993년(-0.5%)과 1994년(1.1%)까지 3년 연속 2%를 밑도는 저성장이 이어지면서다. 잃어버린 30년의 서막이었다. 기업 채용이 얼어붙으며 취업 빙하기가 도래했고,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을 가리키는 ‘로스제네(Lost Generation의 일본식 줄임말)’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⑤ 저성장 장기화를 의미하는 일본화(Japanification)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진짜 이유는 한국 경제가 아직 그 충격을 흡수할 만큼 맷집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당시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2%였지만, 한국은 작년 말 20%를 넘었다. 당시 일본은 대외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세계 1위 순채권국으로, 수출이 부진해도 해외에 깔아놓은 자산에서 나오는 막대한 이자와 배당금으로 버틸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순채권국에 진입한 지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당시 일본이 청년 부자였다면, 지금 한국은 노후 준비가 덜 된 노인에 비유할 수 있다. 일본처럼 추락할 때 펼칠 낙하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면 어떤 결과를 맞을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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