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3년 연속 저성장이 '잃어버린 30년'의 시작

에도가와 코난 2025. 12. 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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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지난해까지 63년간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다섯 차례뿐이었다. 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5%),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4.9%),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2020년(-0.7%), 반도체 불황과 고금리로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2023년(1.6%)이다. 하지만 저성장 충격은 1년 만에 끝났고, 다음 해엔 급반등에 성공했다.

대외 충격으로 경기가 일시적으로 침체를 겪었지만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했기에 눌린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경험에 비추면 올해 성장률이 1%면 내년엔 3%쯤 성장해 잠재성장률 평균(약 2%)을 맞춰야 하는데, 내년과 후년 전망치가 모두 1%대다. 2년 연속 1%대 성장도 전례 없는 일인데, 3년 연속이라니. 용수철이 탄력을 잃고 녹슬어버린 형국이다.

기시감이 든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이 이랬다. 1991년 3.5%이던 일본 성장률이 1992년 0.9%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위기감을 갖지 않았다. 그전에도 0%대 저성장(1970년 0.4%)과 마이너스 성장(1974년 -1.2%)을 겪었지만, 다음 해인 1971년(4.7%)과 1975년(3.1%)에 급반등했기 때문이다. “과열된 경기가 식어가는 연착륙 과정”이라거나 “오일 쇼크 때도 금방 반등했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상황이 심각해진 것은 1993년(-0.5%)과 1994년(1.1%)까지 3년 연속 2%를 밑도는 저성장이 이어지면서다. 잃어버린 30년의 서막이었다. 기업 채용이 얼어붙으며 취업 빙하기가 도래했고,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을 가리키는 ‘로스제네(Lost Generation의 일본식 줄임말)’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저성장 장기화를 의미하는 일본화(Japanification)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진짜 이유는 한국 경제가 아직 그 충격을 흡수할 만큼 맷집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당시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2%였지만, 한국은 작년 말 20%를 넘었다. 당시 일본은 대외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세계 1위 순채권국으로, 수출이 부진해도 해외에 깔아놓은 자산에서 나오는 막대한 이자와 배당금으로 버틸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순채권국에 진입한 지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당시 일본이 청년 부자였다면, 지금 한국은 노후 준비가 덜 된 노인에 비유할 수 있다. 일본처럼 추락할 때 펼칠 낙하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면 어떤 결과를 맞을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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