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일본 총리가 옷에 숨긴 외교 전략

에도가와 코난 2025. 12. 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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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교섭에서 ‘마운트’ 잡을 수 있는 옷, 무리해서라도 사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한 일본 의원으로부터 ‘세계 각국의 톱과 교섭해야 하니 최고의 옷을 갖추라’는 조언을 듣고 떠나기 전날 오전을 ‘얕보이지 않는 옷’ 선택에 할애했다면서, 끝을 새침하게 마무리했다.

그의 글은 뭇매를 맞았다. 일본 현지에서는 일·중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마운트 잡는다(우위를 점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 지적 대상이었다. 국내에서는 ‘한가롭게 옷 고민이나 하나’ ‘여성 정치인들은 늘 저런 게 문제’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간 여성 정치인이나 대통령 부인의 사치가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이번엔 다소 놀랐다. 일본 총리의 글은 한가한 옷 고민이 아니라 외교적 함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는 일본 존립 사태 위기” 발언으로 양국의 강성 대치가 시작됐다. 총리가 중국의 발언 철회 요구를 거절하자 양국 간 문화 교류까지 멈추면서 관계가 얼어붙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패션 전문가와 함께 ‘다카이치룩’을 분석했다. 노랑·분홍으로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한 기존 일본 여성 정치인들과 달리, 다카이치는 차가운 ‘로열 블루’ 색상을 즐겨 입으며 성별을 뛰어넘는 냉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가 존경해 온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좋아한 색이자,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 ‘사무라이 블루’의 승리를 상징한다. 네이비를 즐겨 입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땐 하얀색 치마 정장으로 겹치지 않고 여성성을 내세웠다.

취임 후 다카이치 총리의 여러 영상과 사진을 찾아봤다. 비행기 앞에선 한 손을 흔들며 소녀처럼 웃는다. 회의에선 얼굴엔 미소를 띠면서도 필기하는 눈과 손의 기세는 맹렬하다. 그야말로 ‘국화와 칼’의 총리인 셈이다. 일본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등장한 만큼, 그를 둘러싸고 훨씬 넓은 해석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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