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콘셉트에 갇힌 미식의 자유

에도가와 코난 2025. 12. 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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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 지독한 콘셉트를 의심하는 사이, 오리 맛에 대한 기억은 어느새 사라졌다. 3만2153번. 장발장 죄수번호(24601) 같은 그 숫자만이 머리에 남았다.

지독한 콘셉트가 지배하는 시대다. 최근 생기는 식당에 가보면, Z세대인 기자도 받아들이기 난감한 요소가 많다. 간판이 없는 것까진 간신히 적응이 됐는데, 이젠 출입구가 안 보이는 곳도 생기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의심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유독 우리의 식문화에서 의심은 죄가 된다. 돈 내고 시간 내서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작은 의심은 분위기 망치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식당의 콘셉트가 점점 지독해지고 있다. 말을 아끼는 이들의 피로감은 늘어만 간다.

혼자 밥 먹을 때만큼은 제대로 된 현실을 즐기고 싶은 이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한동안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장악했던 여러 콘셉트의 먹방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을 먹는 영상들이 최근 인기를 얻는 것이다. 

광화문의 식당 밀집 지역에 있는 그 중식당을 자주 지나친다. 지금쯤이면 3만5000보다 큰 죄수 번호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곳을 다시 가게 된다면, 이 말 한마디는 하고 싶다. “복은 사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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