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바야흐로 ‘386 전성시대’다. 1996년쯤 운동권 출신들이 자기들 모임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줄여 만든 용어라는 설도 있고, 그 무렵 최신형 컴퓨터 모델 ‘386′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는 바로 그 386 말이다.
② 2000년대 초 존재감을 크게 높인 386은 노무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이후 ‘폐족(廢族)’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들에게 이재명 정부에서 ‘386 세상’이 열리고 있다. 우선 국무총리와 집권 여당 대표부터 ‘진386’이다. 장관직 상당수도 그들 차지다. 이른바 권력 실세 빅5 가운데 하나라는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그쪽 인물이다.
③ 단순한 숫자나 자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이들의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대통령도 갈아치웠다”는 식의 무용담은 결코 허장성세(虛張聲勢)가 아닌 듯하다. 정치권 내부는 이들의 동업자로 넘쳐나고, 이들의 우호 세력이 포진한 법조계·언론계·노동계·학계·문화예술계도 난공불락 진지(陣地)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권력장(權力場)의 안방 진입에 성공한 이들은 이제 권력의 최후 고지를 향해 전진할 태세다.
④ 우리의 86과 달리 서구의 68이 남긴 유산은 권력 세계가 아니라 지성 영역에서 더욱 빛난다. 가령 68혁명은 좌파 내부에서 신(新)마르크스주의가 분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비폭력적 의회주의 방식에 따른 자본주의의 개혁 가능성을 논의하고 실험하기 시작했다. 68혁명이 촉발한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주의가 자임해 오던 이성과 합리주의, 사회적 계몽, 권력의 공공성, 지식 및 과학의 보편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류 문명의 대안적 미래를 제시했다.
⑤ 이에 반해 한국의 86은 지성사적 측면에서 볼 때 쭉정이에 가깝다. 아직도 반제국주의·반봉건 이념이나 민중주의 계급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는 대학 시절부터 체질화된 무교양·반지성주의의 필연적 대가로 보인다. 86과 똑같이 서구의 68은 학생운동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서구의 68이 역사의 진보에 적잖이 공헌하며 인류 공통의 지적 자산으로 남은 반면, 이렇다 할 지적 성찰이나 진화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의 86은 날이 갈수록 사익과 권력욕으로 얼룩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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