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1953년 10월 2일 나는 전쟁이 지나간 광화문 앞에 서 있다. 어제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조인됐다. 이를 성사시킨 주역은 대통령 이승만이다. 여기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월터 로버트슨이 역사 속의 숨은 천사처럼 등장해 조력했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휴전협정을 맺은 다음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게 선거공약이었고 미 국무부와 미 사회 전반에는 소련 간첩(후일 여럿 밝혀진다.)과 소련에 자발적으로 동조하는 지식인 등이 많았다.
② 로버트슨은 1953년 여름 한국에 입국해 가을까지, 이승만과 무려 12차례의 혹독한 담판을 인내하며 미국과 한국 사이를 중재했다. 그 생고생 끝에서 그는 이승만의 초인적인 애국심을 존경하게 됐고, 대한민국은 이 미국인에게 누대(屢代)의 빚을 지게 되었다. 이승만은 조약이 체결된 뒤에도 발효를 13개월이나 늦추며 미국을 더욱 몰아쳐 여러 국가적 이득을 그야말로 끝까지 뜯어냈다.
③ 그것들 중 그가 특히 몰입한 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터지면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장치를 마련해 북한과 중공, 소련의 침략을 예방하는 거였다. 조약 자체에서는 미흡한 이것은 미군 주둔으로 보완됐지만, 질려버린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서명 전은 물론 발효 전에도 이승만을 제거하는 계획까지 검토했으니 미국 입장에서 그가 얼마나 악마적(?) 협상가였는지 알 수 있다.
④ 이승만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성사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 후손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며 번영할 것입니다.” 제6조에 의해 이 조약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싫어진 쪽이 팩스 한 장만 보내면 파기된다.
⑤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그러는 게 낫겠다 싶다. 불이 차갑다고 우기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다. 그들이 제 온몸이 불타면서도 안 뜨겁다고 그럴 수 있는지, 또는 재가 되는 까닭을 제 어리석음이 아니라 불의 탓으로 돌리는지 구경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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