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텍스트힙? 누가 작명했는지 참 없어 보인다

에도가와 코난 2025. 9. 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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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힙을 아십니까? 책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지다를 뜻하는 힙(hip)이 합쳐져 텍스트힙이다. 처음으로 텍스트힙에 대해 말해준 사람은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텍스트힙? 그런 게 있대.” 


이 책 중에 다 읽은 책은 20%도 안 될 것이며, 펴보지 않은 책도 상당하다. 아마 평생 읽지 않을 책도 있을 텐데 신간이 나오면 또 산다. 그래서 책은 점점 쌓여만 가고, 더 쌓일 예정이다. 나에게 책은 힙이 아니라 짐이다.


책이란 참 좋은 건데 텍스트힙이라고 하는 순간 읽기 싫어진다고. 책을 만드는 사람인 K의 답변은 이랬다. “텍스트힙이라고 쓰는 순간 정말 없어 보여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책을 읽으면 있어 보여요’라는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쓰는 것처럼 없어 보이는 건 없다는 데 공감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텍스트힙이라는 말을 들으면 읽었던 책들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으며 보냈던 시간이 퇴색되는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텍스트힙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 그리고 텍스트힙이라는 말은 의아하다. 힙이라고 명명되는 순간 더 이상 힙이 아니라는 거,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던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 희소성을 잃고 평범해지는데 그게 어떻게 힙일 수 있겠는가. 힙에 대한 나의 입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모두가 힙하다고 하는 것은 힙이 아니다.


흥미롭지 않은가? 책 읽기를 권하면서 책 읽을 곳도 권한다는 것이. 조정에서 책 읽을 곳으로 꼽는 곳들은 명승지로 유명한 곳이다. 삼각산과 세검정은 진경산수화의 단골 화재(畫材)이며, 독서당로 근처에 있던 독서당도 ‘독서당 계회도’ 같은 그림을 보면 경치가 수려했음을 알 수 있다. 산과 물이 있는 곳에서 책을 읽었다. 산과 물을 보며 책을 읽는 일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독서당 계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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