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기원전 18세기에 만들어진 함무라비법전은 가장 오래된 법전인 동시에 이자율을 정한 최초의 법전이다. 은은 연 20%, 곡물은 연 33.3%가 상한선이었다. 은보다 곡물의 이자율이 높은 것은 작황에 따라 곡물을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까지 고려한 것이었다.
② 못 갚을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에겐 상대적 고금리가, 떼일 위험이 작은 고신용자에겐 상대적 저금리가 적용된다. 부자가 고신용자로 평가받을 확률이 높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 거래 실적이 깨끗하고 별문제가 없으면 고신용자가 될 수 있다.
③ 은행 등 금융회사는 대출자 전체로부터 받는 원리금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대출 총액에 비례해 수익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출자 전체는 하나의 풀(pool)이다. 저신용자가 고금리일지언정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은 고신용자가 내는 안정적 이자 덕분이다. 잔인하거나 역설적인 게 아니라, 합리적이며 어떤 의미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④ 최근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프랑스의 국채 금리는 유로존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가장 높은 그리스의 국채 금리보다 높다. 국채 금리는 통상 해당국 회사채 금리보다 낮게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프랑스 국채는 로레알 에어버스 악사 등 프랑스 기업이 발행한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졌다.
⑤ 위험에 따른 금리차를 없앤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신용자들이 너도나도 대출을 신청할 것이다. 대출자 선정은 추첨이나 알음알음으로 해야 할까. 난장판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보다 고신용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 정부 입김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선 신용도에 따라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들의 탈출은 저신용자의 대출 기회마저 막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안타까움과 선의(善意)만으로 정책을 펴다간 이처럼 파멸적 결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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