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어리석은 리어왕

에도가와 코난 2025. 1. 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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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고전을 다시 읽는다. 시간을 이겨낸 작품을 교훈으로 삼자는 세밑 의례다. 올해 고른 작품은 ‘리어왕’. 어리석은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부른 인간을 그린 셰익스피어 대표작이다.

‘리어왕’뿐 아니다. ‘맥베스’ ‘오셀로’ ‘햄릿’까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비장한 그리스 비극과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오이디푸스처럼 제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운명의 수레바퀴에 짓밟혀 지옥의 구렁텅이로 내몰린 신화 속 영웅들과 달리,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제 무덤 제가 판 인간 군상이다. 누가 덫을 놓거나 음모를 짠 게 아니다. 자기 성격 때문에 망한 존재들이다.

남편보다 더 야심만만했던 레이디 맥베스는 배우자를 부추겼고, 안 하겠다는 남자에게 선을 넘게 만든다. 결국 왕을 살해하고 스스로 왕좌에 오른 맥베스. 하지만 그 이후의 비극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이성이 아니라 끝까지 주술과 예언에 의지했던 맥베스 부부는, 결국 리어왕과 같은 최후를 맞는다.

베네치아의 용병 출신인 늙은 오셀로 장군은 어떤가. 출신에 대한 열등감과 젊은 아내 의처증으로 시달렸던 이 못난 사내는 스스로 삶을 버렸고, 정의는 오직 자기만이 구현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졌던 햄릿 역시 선왕의 복수에는 성공하지만, 새드엔딩으로 끝났을 뿐이다.

고전이 위대한 이유는 시간을 이겨냈다는 것. 가장 오래된 작품이 가장 젊은 당대의 교훈이라는 역설을 고전은 웅변한다. 이왕 셰익스피어로 시작했으니, ‘템페스트’에 나오는 한 구절로 마무리하자. “지옥은 텅 비었고, 악마들은 다 여기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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