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하느니.”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천상의 신은 파우스트 박사를 꾀어내 보겠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선 덧붙인다. “언젠가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리라. ‘착한 인간은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라고.” 부와 명예, 쾌락으로 유혹하고 시련과 고난에 빠뜨려도 심지가 굳센 인간은 꺾이지 않는다.
② 하지만 방황한다는 건 마음에 무언가 솟구치는 게 있고, 닿아야 할 곳이 분명히 있다는 뜻. 안중근의 눈엔 빼앗긴 주권을 되찾고, 조국은 홀로서며, 모두가 평화로운 먼 훗날이 보인다. 언젠가 올 광복을 위해 그는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③ ‘동양평화론’을 꿈꿨던 그답게 포로로 잡은 일본군을 만국공법에 따라 풀어줬다가 동지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의 단초를 주기도 한다. 감독을 맡아 각본까지 쓴 우민호 감독은 “그간 안중근을 다룬 작품들과 다르게 찍고 싶었다”며 “거사에 성공할지도, 성공한다 해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을 강조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④ “한 폭의 명화처럼 찍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바로크 느낌이 짙은 회화적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담배 연기 자욱한 골방에서 안중근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이는 독립군의 모습에선 카라바조의 ‘성 마태오의 소명’이 떠오른다.
⑤ 희 망을 품고 독립군에 뛰어들었지만, 홀로 압도적인 폭력에 맞서야 하는 김상현(조우진)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다. 믿음을 담보로 안중근과 동지들에게 끝내 보답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욕망과 유혹, 고난, 부조리 속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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