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요즘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마크 저커버그의 비싼 손목시계들이 소소한 화제다. 부자의 고가 손목시계는 낯선 일도 아니고 그리 가치 있는 뉴스도 아니다. 다만 마크 저커버그의 손목시계는 다르다. 그는 보통 부자들의 손목시계 컬렉션(이를테면 떼돈을 벌고 금덩어리 롤렉스를 사는 운동선수들)과는 다른 시계 애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② 마크 저커버그는 이른바 MZ 부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 인물상이 어떤지는 2010년 작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잘 표현되어 있다. 온라인 사회에서 더 편안해하고, 실제 사회에 나타나는 외양에는 별 신경을 안 쓴다. 그를 상징하던 소품이 영화 속 마크 저커버그가 내내 입던 갭 후드 티셔츠다. 현실 속 마크 저커버그도 옷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다. 그가 8년 전 공개한 옷장에는 똑같은 회색 반팔 티셔츠만 나란히 걸려 있었다.
③ ‘시간도 안 맞고 고장도 잘 나고 비싸고 쓸모 없는 물건 아니냐. 왜 비싼 물건을 소개하며 위화감을 조성하느냐’ 이런 힐난의 논리는 ‘인간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데 왜 아직도 육상 경기를 하느냐. 왜 육상을 소개해 보통 사람들의 운동 능력과 위화감을 조성하느냐’와 같다. 질문을 조금 바꾸면 훨씬 생산적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왜 비효율적인 기계식 시계 기술이 아직까지 고가 취미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④ 혹은 저커버그가 뭔가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메타는 증강 현실을 띄우는 안경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오리온2를 출시했다. 앱 소프트웨어와 인간이 걸치는 디바이스는 다르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흉측한 UI와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감수하며 페이스북을 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그게 안 된다.
⑤ 비합리성을 포함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마음을 사로잡아야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손목시계 같은 물건에 신경을 쓰면 보통 사람들 마음을 이해할까? 그 이해가 신제품 성공에 반영될까? 이걸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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