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마에스트로의 잇따른 추락

에도가와 코난 2024. 9. 3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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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줄만 알았던 클래식 음악계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세계적 거장들을 둘러싼 추문과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은 영국 명지휘자 존 엘리엇 가드너(81)였다. 지난해 5월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지휘를 맡았던 거장이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나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자신이 창단하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악단에서 이번 사태들이 터졌다는 점이다. 

창립자가 악단의 수장이나 간판 역할을 장기간 맡다 보면 악단의 권한과 책임도 한 사람에게 집중될 공산이 높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고 권력 집중이 지속되다 보면 누적된 병폐가 터지는 건 예술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또한 이들이 창단한 음악 단체들은 기존 음악계에 대한 대안적 성격이 강했다. 빈 필하모닉이나 베를린 필 같은 기존 악단들이 ‘다수당’이나 ‘집권당’이었다면, 창단 초기에 이 단체들은 ‘원외 정당’이나 ‘소수당’에 가까웠다. 음악 연주와 운영 방식에서도 낡은 관행을 일소하는 신선한 파격을 선보였지만, 언젠가부터 기존 음악계 못지않은 패권적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연주의 완성도를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은 빼어난 음악성과 열정의 방증(傍證)으로 미화됐다. 하지만 모두 옛날이야기. 지금은 과거의 눈부신 업적이 현재의 일탈을 가려주지 않는 시대다. 마에스트로들의 추락은 ‘변화된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건 누구든 마찬가지’라는 씁쓸하지만 당연한 교훈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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