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미국 부통령 J D 밴스는 2024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추상적 가치를 위해 싸우지 않고 고향(home)을 위해 싸운다”고.
여기서 ‘추상적 가치’라 함은 아마 민주주의, 평화, 인류애, 공존 등이 포함될 것이며, ‘고향’은 가족과 이웃이 있는 미국 본토를 말할 것이다. 일견 상식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동안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를 선언하는 말이기도 했다.
② 누구나 트럼프가 실패하고 ‘질서’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조차도 막무가내 트럼프를 통제하기 위한 ‘어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③ 현상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이란 폭격에서 봤듯 더 이상 미 행정부가 유엔이나 동맹, 심지어 자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전쟁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전쟁을 시작한 것을 전 세계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④ 인간의 이성이 민주주의적 제도와 규범을 통해 조화로운 세계 질서, 곧 평화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이상은 매우 나이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뿌리 깊은 연원을 지니고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곳에서 세금, 징병, 사망 등으로 전쟁 비용을 직접 부담할 시민들이 평화를 선호할 것이라는 칸트의 지적이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0년 동안 숱한 나라들의 민주화 과정은 적어도 명목적으로는 세계 평화가 확산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고상한 가치’를 더 이상 믿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⑤ 우리 앞에는 그래서 만국의 이기주의와 종족주의로 가득한 어두운 터널이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팍스 아메리카나가 만들어 낸 질서는 미국의 선의만이 아니라 그 질서에서 같은 이해를 가졌던 수많은 국가와 시민들이 그것을 지키려 했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질서가 흔들린다면, 다시 이를 복원하거나 새 질서를 만드는 일 역시 거대한 외부의 리더십을 넘어 새로운 보편적 가치와 관계가 무엇인지를 찾아 나가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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