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대미 '외교의 촉'이 무디다

에도가와 코난 2026. 2.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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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촉은 때로 무섭게 예민하다. 미묘하게 바뀌는 상대방의 태도나 조직의 기류를 어느 순간 귀신같이 잡아낸다. 영험한 신기(神氣)가 있다기보다 지속적 관심과 축적된 정보와 날 선 경계심이 교직돼 나오는 총체적인 직관의 힘으로 봐야 맞을 것이다. 국가 단위 ‘외교의 촉’도 다르지 않다. 정부 각 분야에서 최고위급부터 말단까지 파악한 내용들을 끌어모아 가동시키는 거대한 무형의 레이더 같은 것이 어느 나라나 쉼 없이 작동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변화된 미국의 의사결정 구조와 발표 시스템은 우리가 잡아낼 수준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특별한 이유를 특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민석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독특한 메시지 제기 방식”을 이유로 들며 실패한 외교라는 야당의 비판을 반박했다.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야당은 정부가 미국의 경고를 포착하지 못했다며 ‘하인리히의 법칙’을 언급했다. 1건의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 경미한 29번의 사고와 300건의 징후가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이 정도로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미국이 한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한 징후들이 보였던 건 사실이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 취소,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 대사대리의 편지, 한국 국무총리와의 첫 회담에서 쿠팡과 손현보 목사 이야기를 불쑥 꺼낸 J D 밴스 부통령의 질문 같은 것들은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외교적 수사와 정중한 제스처로 포장돼 있다고 해서 속에 묻힌 가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돌발성이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행보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분명한 일관성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 거래적 외교, 관세의 무기화, 동맹에 비용 전가 같은 바탕 위에서 펼치는 우악스러운 압박 전술이다. 관료 체계를 무시하는 그의 성향 탓에 백악관과 핵심 부처의 소수 측근들에게만 중요 정보가 공유된다고는 하지만 접근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러시아나 중국, 북한처럼 접근이 쉽지 않은 국가도 아닌 동맹국을 상대하면서 “어쩔 수가 없었다”는 식의 변명만 되풀이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외교의 촉이 무뎌지는 순간은 상대국이 예측 불가능할 때가 아니라 그 예측 불가능성 앞에서 무기력함에 빠질 때다. 언제까지나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소통 방식을 변명으로 내세우며 사후적 대응에만 급급할 수는 없다. 불편한 메시지를 협상용 엄포 정도로 여기는 안일함이나 동맹 관계에 기대는 희망적 사고를 배제하고 더 예리하게 날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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