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요즘 IT업계에선 한 실리콘밸리 기업인이 작성한 순위표가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적은 수의 직원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을 추려낸 표인데, 우리도 많이 쓰는 메시징 플랫폼 텔레그램이 1위에 올라 있다. 연간 10억 달러의 수익, 10억 명의 활성 사용자 수를 가진 이 기업의 본사 직원은 달랑 30명. 직원 1인당 수익을 단순 계산하면 3333만 달러(약 493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 서비스 기업 미드저니, 데이터 레이블링(data labeling) 기업 서지AI 등 AI 기반 스타트업들이 죄다 순위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② 실제로 덩치를 줄이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린(lean) 경영’은 월가의 대세가 됐다. 예전 같으면 조용히 진행했을 직원 구조조정도 요즘에는 남 보란 듯이 자랑스럽게 한다.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직원 수를 20개 분기 연속 줄였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감원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과거 인력 감축은 회사 경영의 위험신호로 해석됐지만 요즘은 반대로 기업이 얼마나 경영 효율화 의지가 있는지를 가리는 척도가 됐다.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AI를 활용해 홀로 기업을 세워 운영하는 ‘솔로프러너(solopreneur)’가 적지 않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예언한 ‘1인 유니콘’ 시대가 어느새 현실로 성큼 다가섰다.
③ 조직 슬림화는 기업들에는 실적 개선의 기회일 수 있지만, 반대로 구직자들에게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올해 ‘잡포칼립스(job+apocalypse·일자리 대재앙)’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AI가 저숙련 신입 일자리를 잠식하면서 대학 졸업자들이 첫 직장을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기존 직원들의 입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④ AI발 대량 해고는 한국도 남 얘기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미 현실이 됐다. 한국은 노동 유연성이 너무 낮고 해고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니 기업들은 직원을 내보내기보다 신규 채용을 안 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또 꼭 필요한 인재가 있으면 신입부터 뽑아 가르치기보다 ‘즉시 전력감’인 경력직을 선발하며 대응한다. 그러다 보니 피해는 청년들에게 집중된다.
⑤ AI 혁명과 그에 대응한 기업의 조직 슬림화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는 기업들에 채용을 강요하는 옛날 방식에 기댈 게 아니라, 반대로 이 전환기를 노동 개혁의 계기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키우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뜯어고치고 기업들에 해고의 자유를 준다면 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 전체 일자리가 더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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