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최고 권력자 주변엔 비밀이 넘칠 수밖에 없다. 조선조 국왕과 왕비가 머무는 곳을 지극히 비밀스럽다고 해 지밀(至密)이라 불렀다. 대통령 곁엔 명함에 비(祕)자를 쓰는 참모들이 30명은 족히 넘는다. 권력 핵심부의 정치적 논의, 인사 검증 등의 과정은 하나하나가 기밀인데, 잘 지켜지던 보안은 레임덕 징후와 함께 구멍이 생기곤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생생히 목격하는 대로다.
② 돌이켜 보면 김 여사는 느슨한 ‘거래적 의리’에 의탁해 겁 없이 비밀을 공유했던 것이다. 용산에 머무는 동안 누구도 어쩌지 못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동영상 속 김 여사는 비밀 유지가 불가능한 인간사를 정확히 아는 듯했다. “비밀은 없어요.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결국 비밀은 다 나와요.” 전 국민의힘 대표의 배우자가 보냈다는 프랑스 명품백도 그렇다.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이런 방식으로 드러날 걸 상상이나 했을까. 비밀은 발이 달린 듯 사방에서 걸어 나왔다.
③ 이처럼 3대 특검 수사는 비밀의 비밀이 깨지는 과정이다. 수사와 브리핑, 영장과 공소장, 재판 중계를 통해 특검은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임진왜란 후 나온 징비록이 한 역할대로다. 과거의 어떤 잘못을 징(懲)하고, 후대에 무엇을 전달해 비(毖)하도록 할지가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다.
④ 2025년판 징비록의 실천적 교훈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자기 위험은 본인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도 내 비밀을 지켜준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문자건 전화 통화건 캡처되고 녹음될 것이고,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면 몇 년 뒤라도 망신을 살 각오를 해야 한다. 올바라야 한다는 윤리를 따지기 이전에, 나의 안녕을 위해 삼갈 수밖에 없다. 300쪽이 넘는 한 정치인의 1심 판결문을 읽어본 적이 있다. 수사기관이 달려들면 포렌식 수사가 얼마나 정교하게 내 삶을 재구성할지에 생각이 미치면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다.
⑤ 검찰 업무를 총괄 보좌하는 대통령민정수석은 수년 전 검찰 간부회의 때 ‘뉴스페이퍼 스탠더드’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수사라는 칼을 휘두르는 검찰은) 어떤 행동을 할지 고민될 때 내가 하는 행동이 내일 아침 조간신문 1면에 났을 때 납득될 수 있는지 살피라”는 취지였다. 권력기관 구성원의 처신에 이만한 기준이 있을까. 윤 전 대통령 부부, 계엄에 가담한 군 장성들, 봐주기 수사를 한 과거 검찰은 물론 지금의 검찰과 법무부, 용산은 이 기준에 자신을 비춰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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