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1년에 9000권, 하루 스무 권 넘는 책을 찍어내는 ‘수퍼 출판사’가 나타났다. 비결은 AI(인공지능). 별도 인쇄 비용이 들지 않는 전자책 시장엔 이미 AI 저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AI가 썼다’고 밝히는 경우는 별로 없어 독자를 속이는(cheating)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보문고 등 국내 대형 서점도 “AI 책 저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② AI 출판물의 품질은 교양·입문서를 짜깁기한 수준에서 전문 분야 교수들의 연구를 집대성한 듯한 수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저작권 침해를 포함해 사람이 쓴 것처럼 독자를 오인케 하는 등 AI의 출판 생태계 교란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③ 인터넷 교보문고에 등록된 A출판사는 2024년 8월부터 이달 5일까지 9175권의 책을 출간했다. 청소년용 수학책부터, 주식 투자서, 심리학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하루 평균 21권을 펴내고 있다. 민음사 같은 대형 출판그룹이 많을 때 한 달에 스무 권을 겨우 펴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분량이다. 이 출판사 홈페이지에는 ‘AI 툴’을 ‘작가 회원’에게 제공해 책을 펴낸다고 되어 있었다. AI 툴이 소재와 스토리 구조, 문체 등을 조언하고, 검색에 최적화된 제목도 추천해 준다고 했다.
④ 장사가 될까. 많이 팔린 책은 없다고 전해졌다. 출판계 관계자는 “베스트셀러는 못 만들어도 저비용으로 우후죽순 책을 내면 한두 권씩만 팔아도 이익을 모을 수 있다”며 “권당 판매량은 적지만 넓고 다양하게 파는 ‘와이드 셀러(Wide seller)’ 출판사인 셈”이라고 했다.
⑤ 문제는 AI로 쓴 책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독자도 내가 읽는 책이 AI가 썼는지 알기 어렵다. 서점조차 모르고 있었다. 교보문고나 예스24 등은 출판사가 책을 등록할 때 AI가 쓴 책은 따로 분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등록됐는지 검증할 수단이 없다. A출판사의 책도 사람 저자가 쓴 것으로 분류돼 있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고 교보문고는 AI 출판사와 관련해 내부 경영 감사를 시작했으나 판매 금지 등 제재를 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설령 AI가 쓴 책이 ‘양서(良書)‘가 아니라고 해도 헌법이 보장하는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서점 차원에서는 책 홍보를 하지 않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콘텐츠 관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도 뒤집은 브런슨 "한국, 북중러 위협 억제의 중심축" (0) | 2025.11.24 |
|---|---|
| 3대 특검이 쓰는 징비록 "비밀은 배신한다" (0) | 2025.11.24 |
| 수집가의 방, 분더카머의 세계 (0) | 2025.11.24 |
| 다카이치 총리는 왜 '일본판 CIA' 창설을 지시했을까 (0) | 2025.11.24 |
| 아파트 '입주민끼리' 결혼정보회사 (1) | 2025.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