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쾌락은 기대에서 나온다

에도가와 코난 2025. 10. 2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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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낚시가 바다에서 하는 ‘가챠(ガチャ·확률형 뽑기 게임)’라고 했다. 낚싯대를 끌어 올릴 때까진 어떤 물고기를, 얼마나 잡을지 모르기에 즉석 복권을 긁듯 운을 시험하는 재미가 크단다. 생계로써 낚시를 하는 게 아니니, 잡은 고기도 보통은 놓아 준다고 했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저서 ‘행동’에서 쾌락 호르몬 도파민(dopamine)은 쾌락이 아니라 쾌락의 기대에 반응해서 분비된다고 주장했다. 낚시 상황에 대입하자면, 큰 고기를 잡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큰 고기를 잡을 거라 기대하며 낚싯줄을 던질 때가 훨씬 더 재밌다는 것이다. 
 
낚시는 여기에 확률적 요인까지 겹친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에 따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종을 칠 때마다 밥을 주는 것보단, 종을 칠 때마다 확률적으로 보상을 주는 게 더 큰 의존성을 만든다. 어쩌다 한 번씩 고기가 잡히는 게 더 재밌는 이유이자, 가챠 게임이 중독성 높은 이유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탐조(探鳥) 취미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생소한 취미였던 탓에 유행의 원인을 묻는 이들이 늘었으나, 실은 이것도 뭍에서 하는 낚시에 가깝다. 쌍안경을 들고 공원이나 습지를 방문하면, 새를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확률적인 마주침이 똑같이 반복된다. 잡은 고기를 놓아주듯, 실제로 새를 잡을 필요는 없다. 자연환경에 녹아든 숨은 새를 포착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이 취미가 엽사(獵師)의 전통이 강한 영미권에서 오래 각광받은 이유다.

그런데 탐조는 동네 뒷산에만 가도 쉽게 할 수 있다. 쌍안경이 없으면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충분하다. 마침 가을은 탐조에 최적의 계절이다. 평소에 동네에 살던 텃새만이 아니라, 겨울을 나러 이동하는 낯선 철새들이 동네에 출몰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서산 천수만을 찾은 겨울 철새 모습(기러기류, 10월 12일 촬영, 사진=서산시 제공) , 서산 탐조 투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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