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2012년 말 중국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대미(對美) 도전에 나섰다. 그 후 2~3년간 중국은 대외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대일로 구상’을 천명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했다.
② 그런 가운데, 중국은 2015년 9월 3일 중국군의 ‘항일 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를 기리는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전례 없던 각국 정상 초청을 진행했다. 이는 명백히 중국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가들을 줄 세워 세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22국 정상이 참석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외 서방 주요국 정상은 없었다. 당시는 미·중 패권 대결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나, 한국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열병식 맨 앞줄 주빈으로 참석했던 기이한 장면은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들의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충격적 흑역사로 남아 있다.
③ 그로부터 10년 후인 지난 3일 같은 곳에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개최되었다. 신냉전으로 세계가 두 동강 난 시기에 열린 이 열병식은 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반미·반서방 진영의 결속을 상징하는 자리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참가국 확대를 위해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상급 외빈은 한두 명 늘었을 뿐이고 질적으로는 10년 전만 못했다. 브릭스(BRICS) 국가 가운데 중·러를 제외한 인도·남아공·브라질이 모두 불참했고,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 회의 참석차 이틀 전까지 톈진에 머물렀던 인도 총리도 오지 않았다.
④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이 될 가능성이 점차 희미해지는 미·중 패권 경쟁의 현실이 참석 여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적과 아군’ 구분에 민감한 트럼프 행정부의 날카로운 시선도 주요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중국이 시진핑·푸틴과 더불어 열병식 맨 앞줄 주빈석을 장식할 얼굴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초빙한 것은 깊은 고심과 고육지책의 산물로 보인다.
⑤ 1959년 마오쩌둥, 흐루쇼프, 호찌민, 김일성 등 세계 공산주의 지도자 4인방이 함께 섰던 천안문 망루에 66년 만에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섰다. 이 모습은 신냉전의 세계에서 자유 민주 진영과 대결하는 전체주의 진영의 결속을 과시하는 상징이었다. 또한 중국이 열병식에서 과시한 신형 전략핵무기들과 더불어 그 세 나라가 미국에 보내는 무언의 위협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반미 결속이 외교적 과시의 차원을 넘어 얼마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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