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북중러 결속 이후 한국의 외교 전략

에도가와 코난 2025. 9. 1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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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중국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대미(對美) 도전에 나섰다. 그 후 2~3년간 중국은 대외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대일로 구상’을 천명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2015년 9월 3일 중국군의 ‘항일 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를 기리는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전례 없던 각국 정상 초청을 진행했다. 이는 명백히 중국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가들을 줄 세워 세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22국 정상이 참석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외 서방 주요국 정상은 없었다. 당시는 미·중 패권 대결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나, 한국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열병식 맨 앞줄 주빈으로 참석했던 기이한 장면은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들의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충격적 흑역사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지난 3일 같은 곳에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개최되었다. 신냉전으로 세계가 두 동강 난 시기에 열린 이 열병식은 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반미·반서방 진영의 결속을 상징하는 자리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참가국 확대를 위해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상급 외빈은 한두 명 늘었을 뿐이고 질적으로는 10년 전만 못했다. 브릭스(BRICS) 국가 가운데 중·러를 제외한 인도·남아공·브라질이 모두 불참했고,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 회의 참석차 이틀 전까지 톈진에 머물렀던 인도 총리도 오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이 될 가능성이 점차 희미해지는 미·중 패권 경쟁의 현실이 참석 여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적과 아군’ 구분에 민감한 트럼프 행정부의 날카로운 시선도 주요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중국이 시진핑·푸틴과 더불어 열병식 맨 앞줄 주빈석을 장식할 얼굴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초빙한 것은 깊은 고심과 고육지책의 산물로 보인다.


1959년 마오쩌둥, 흐루쇼프, 호찌민, 김일성 등 세계 공산주의 지도자 4인방이 함께 섰던 천안문 망루에 66년 만에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섰다. 이 모습은 신냉전의 세계에서 자유 민주 진영과 대결하는 전체주의 진영의 결속을 과시하는 상징이었다. 또한 중국이 열병식에서 과시한 신형 전략핵무기들과 더불어 그 세 나라가 미국에 보내는 무언의 위협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반미 결속이 외교적 과시의 차원을 넘어 얼마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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