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불행한 세대

조선일보 2024년 2월 5일(월) A31

 

① 가장 불행한 세대는 1580년 무렵 태어난 이들 아닐까 여기고 여러 해 전 글을 쓴 적 있다. 1580년 세대는 10대 때 임진왜란(1592~1598) 7년 전쟁을 겪고, 40대 때 정묘호란(1627)을 맞고, 50대 때 다시 병자호란(1636) 참화를 치렀다. 

 

② 980년 전후 태어난 세대는 10대와 30~40대 무렵 대규모 전쟁을 잇달아 겪었다. 1220년 세대는 어떤가. 이 세대는 10대 때인 1231년부터 30대 후반인 1259년까지 몽골의 침략을 아홉 번이나 겪었다.

 

③ 1359년과 1361년 홍건적(훗날 명나라 건국) 침략으로 임금(공민왕)이 안동까지 피신했던 시기 사람들도 고난의 세대였다. 20세기 초 태어나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고 1950년 6·25전쟁을 겪은 분들 역시 불행한 세대였다.

 

④ 사극 속에서 강감찬은 “인간이 살아서 겪는 유일한 지옥이 바로 전쟁”이라며 이를 막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막상 침략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에선 승리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결사 항전한다. 군주 현종은 항복하자는 일부 신하들에게 일갈한다. “우리는 후손들을 대신하여 전쟁을 치르고 있소. 우리는 항복할 권한이 없소.”

 

⑤ "우리는 후손들을 대신해서 전쟁을 치르고 있소. 우리는 항복할 권한이 없소." 참 멋진 자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