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인공지능(AI) 챗봇과 사랑에 빠지거나 깊은 고민을 털어놓으며 일상을 의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AI는 24시간 곁에 있고, 사용자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도 않는다. 언제나 내 편에서 대답해주는 기계의 ‘공감’은 고립된 현대인에게 달콤한 안식처가 된다. 국내에서도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회초년생이 AI에 맞춤형 심리상담을 맡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② 하지만 그 이면에는 ‘AI 의존증’ 심화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우리는 기술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서로에게는 더 적은 것을 기대한다”고 썼다. 기술이 사회의 연결이 아니라 고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AI가 상담사 역할을 대신할수록 인간 사이의 온기는 식어갈 수밖에 없다.
③ AI는 그럴듯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고통을 나누며 함께 흘려줄 눈물도, 무너지는 어깨를 잡아줄 손도 없다. 알고리즘이 흉내 내는 공감은 차가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외로운 메아리일 뿐이다.
④ 챗GPT 운영사 오픈AI가 최근 ‘신뢰하는 사람(trusted contact)’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고 한다. 사용자가 대화 중 자해 등의 징후를 보이면 미리 등록한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림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대화 내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이 상황을 검토해 지인에게 연락한다.
⑤ 우울과 고립의 늪에 빠진 이를 건져 올리는 것은 정밀한 데이터 조합이 아니라 진심 어린 안부 한마디다. AI 시대일수록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공동체의 회복’이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고 영리해져도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온기의 무게를 대체할 수는 없다. 챗GPT가 보낸 짧은 알림 문자가 다시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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