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전쟁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는 강대국이 상대적 약소국을 공격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되니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한 이야기였지만, 세계 무대에서 냉혹한 힘의 논리를 표현한 것이었다.
②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일부 내려놓았다고 해도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 ’1000조(兆)국’ 별명에 걸맞게 국방비는 세계 1위이고, 달러는 기축통화다. 한국 등 동맹국들은 글로벌 금융·산업의 중심인 이 나라에 안보도 의존한다. 그런 미국 대통령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행정명령과 무역확장법 같은 법적 장치들이 그를 비호하고, 이란 공습처럼 의회 승인 전에도 군사 작전을 실행할 수 있다.
③ 군사적 공격이나 관세는 눈에 보이는 쉬운 수단일 뿐이다. 핵심은 국력이다. 달러 패권, 기술 통제, 동맹 네트워크도 정의나 명분과는 별개로 협상 테이블에서 강대국이 쓸 수 있는 무기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이 힘을 사용할 의지를 가진 미국 대통령은 또 나올 것이다.
④ 이 역학을 재빨리 읽은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노골적으로 미국과의 결속을 강조했다. 관세 위법 판결에도 5500억달러(약 796조원)의 대미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다카이치가 이끄는 자민당은 ‘평화 헌법’을 고치길 원하고, 핵 무장도 거론된다. 2차 대전 승전국인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것이다.
⑤ 트럼프는 지나간다. 관세도 일시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힘은 지속된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상도 변하지 않는다. 초강대국이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의 ‘실리적 외교’ 명분은 쉽게 무력해진다. 미·중 사이 줄타기는 외교 기술이지만, 때론 동맹 간 신뢰 위기를 부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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