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통일 35년에도 동서독 경제 격차 '2등 국민들' 극우정당에 쏠린다

에도가와 코난 2025. 12. 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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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남부에 있는 폴크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은 옛 동독과 서독 지역 간 끝나지 않은 갈등의 상징이다. 아우디의 태동지이자 동독 시절 국민차 트라반트를 생산하던 곳이다. 폴크스바겐은 폴로·골프·파사트 같은 중소형차를 만들다, 2020년 야심 차게 전기차 공장으로 바꿨다. 그러나 지난해 대규모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츠비카우 공장 근로자 마르틴 레만은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CEO는 한 번도 츠비카우에 오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비용 절감만 생각한다”고 분개했다. 이 말에는 서독 기업이 ‘2등 국민’인 동독인을 희생양 삼는다는 뿌리 깊은 불신이 담겨 있다. 2대 주주(의결권 20%)인 서독 니더작센주 정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 츠비카우가 속한 작센주 정부는 철저히 배제됐다. 지역 언론 프라이에프레세는 “또 동독은 소외되는 것인가”라며 한탄했다. 서독 엘리트 중심의 구조 속에서 자신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고발이다. 

통일 이후 35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독일은 동·서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독일 경제가 2023~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동·서 갈등이 다시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자동차·화학 등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제조업 공장만 있는 동독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동독은 구조조정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첨단·서비스업 일자리가 부족해 제조업 쇠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심각한 ‘남초 현상’이 빚어지고, 공동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민자까지 대거 유입되자 어려움은 가중됐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동·서독 간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 차이는 2023년 1만2775유로에서 2024년 1만3374유로(약 2300만원)로 더 커졌다. 지난해 서독 근로자가 6만3999유로를 벌 때 동독 근로자는 5만625유로를 벌었다. 월급쟁이 소득으로 동독이 서독의 79%에 그친다는 얘기다. 실업률은 동독 지역 8.2%, 서독 지역 6.1%다.

이런 현실은 ‘2등 국민’이라는 굴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2023년 여론조사에서 동독인 43%가 자신을 ‘2등 국민’이라 느낀다고 답했다. 40%는 자신의 정체성을 독일인이 아닌 동독인이라고 했다. 이 깊어진 불만과 소외감은 극우 정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정치적 분노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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