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종이책 불태우는 사회

에도가와 코난 2025. 12. 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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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 ‘화씨 451’에는 책을 불태우는 사회가 등장한다. 작가는 소방수를 뜻하는 영어 단어 ‘fireman’을 뒤집어 ‘방화수’라는 직업을 만들어낸다. 방화수의 일은 종이책을 소장하고 있는 소위 ‘범죄자’들을 색출해 체포하고 그들이 소유한 책을 모두 불태우는 것인데, 방화수인 주인공 가이 몬태그는 그만 자신이 불태우는 물건에 깊은 관심을 두다가 결국 금지된 선을 넘어버리고 만다.

흑백 텔레비전이 득세하던 1953년에 발표된 이 디스토피아 SF는 놀랍게도 ‘벽면 텔레비전’이나 ‘귀마개 라디오’, 인공지능을 연상케 하는 로봇 개 같은 오늘날의 기술 문명을 예언한다. 하지만 가장 섬뜩한 부분은 매스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을 정확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비판적 사고가 사라지며 자기 생각을 손쉽게 외주 주는 사회. 이러한 몰개성의 시대에는 ‘누구에게도 불편하지 않은’ 무해하고 안전한 대중문화만이 살아남는다. 

소설의 예측이 빗나간 부분이 있다면 아직 책이 금지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은 아무도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금지할 필요 자체가 없어진 탓이다. 

읽고 쓰는 능력은 빙하와 같다. 줄어드는 빙하는 눈에 보이지만, 녹아내리는 우리의 언어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소리 없이 조금씩 사라질 뿐이다. ‘화씨 451’은 섭씨로 환산하면 약 233도로, 과학적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종이가 불타는 온도다. 과연 종이만 불탈까? 인간의 정신과 고결함 역시 함께 불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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