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사상 첫 투기 '튤립 광풍' 거품 꺼진 뒤 정물화에 등장한 시든 꽃

에도가와 코난 2025. 11. 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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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는 1611년 네덜란드에 세워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Amsterdam Beurs)로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을 지은 건축가 헨드릭 더케이서르(1565∼1621)의 이름을 따 ‘케이서르 증권거래소’로도 불린다. 가로 60m, 세로 35m의 직사각형 형태의 건물로, 가운데 뜰을 사방의 아치형 회랑이 둘러싼 모습이었다.


회랑을 따라 42개의 기둥이 줄지어 서 있는데, 이 기둥들에 오늘날 증권거래소의 전광판이나 모니터처럼 주식이나 거래되는 상품들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펀드매니저들이 자리를 잡고 거래를 이끌었다. 600평(약 2000㎡) 넘는 공간에 한창 때는 1000명이 넘는 펀드매니저가 활동했다니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장소였을 테다.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의 부에 대한 열망은 오늘날 못지않았다. 거래소는 오전에만 열렸는데 오후가 되면 주변 광장으로, 밤에는 술집과 식당으로 옮겨가며 거래가 이어졌다. 누구든 투자에 성공하면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다는 기대가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암스테르담 인구 20만 명 중 최대 1만∼2만 명이 주식 거래에 참여했다고 하니, 17세기판 ‘개미운동’이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셈이다.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로 알려진 튤립 광풍은 이렇게 자본시장이 급성장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다. 알려진 대로 튤립 투기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파산자가 속출하자 네덜란드 정부가 개입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다.

흥미롭게도 튤립 광풍이 지나간 후에 튤립은 네덜란드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한다. 꽃이나 책, 음식 등 사물만 그리는 그림을 정물화라고 하는데 이런 정물화가 17세기 네덜란드 가정집에 한 점씩은 걸려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만개한 꽃들 사이로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시든 튤립도 있다. 이는 네덜란드 국민들에게 5년 전 불어닥친 튤립 광풍을 일깨우면서, 나아가 삶의 종착점은 결국 죽음이라는 점을 되새겨 줬을 것이다. 당시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던 네덜란드인들이 이처럼 허무함을 일깨우는 정물화를 좋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욕망을 다스리는 그림이 일종의 경고문이 돼 가까이에 있었기에 네덜란드 경제는 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투자 광풍인 ‘튤립 광풍’이 지나간 뒤 허무함을 반영한 듯한 아드리안 판 위트레흐트의 ‘해골과 꽃다발이 있는 바니타스 정물’(1642년).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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