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문과의 시대'가 다시 오려면

에도가와 코난 2025. 11.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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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올해 초 “한국은 입만 터는 문과X들이 해 먹는 나라”라고 일갈했다. 직설적인 발언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외상·응급의료 전문가인 이 병원장이 그동안 상대한, 의료 현장에 무지한 ‘인문계’ 출신 관료에게 느꼈을 답답함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꽤 오랫동안 문과 전공자는 ‘찬밥’ 취급을 받아왔다. 인문·사회 계열 대학 졸업자는 ‘전공 불문’ 취업 시장에서 가장 힘없는 존재다.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도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거론된다. 그런데도 ‘문과가 세상을 이끈다’는 인식이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는 것은 정치와 입법 분야에서 소수의 문과 출신 ‘권력자’가 계속해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제대로 된 ‘문과 리더십’을 현실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점도 이런 삐딱한 시선에 한몫했을 터다.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자녀 결혼식을 열어 피감기관에서 거액의 축의금을 거뒀다는 비판이 제기된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내놓은 도드라진 해명이 그 계기다. 최 위원장은 “문과 출신으로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바빠서 자녀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고 했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 나열된 책 곳곳에서 합리적 사고와는 대척점에 선 ‘전근대적’ 시각이 진하게 느껴진다.

AI 충격으로 세계가 급변하는 시기, 우리에겐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런 때 과학적 사고를 거부하거나 최신 정보를 이해하기 버거운 이들이 과학·기술 정책을 끌고가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걸림돌’이 되지 않을 ‘진짜 문과’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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