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한때 안미경중(安美經中)이란 말이 유행했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라는 뜻이었다. 안보는 동맹인 미국과 같이 가는 것이 당연하고, 경제는 급팽창하는 거대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었다. 일부에선 이 말이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측 반응을 보니 실제 그랬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
② 트럼프가 유럽, 일본, 한국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유럽이 미국에 6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지만 27국이 나눠 지는 부담이다. 일본은 5500억달러이지만 미국과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가진 데다 해외 순자산이 워낙 많다. 그런데 우리는 통화 스와프도 없고 해외 순자산이 많지도 않다. 3500억달러는 우리 GDP 수준과 맞지도 않는다. 일본에 비교하면 우리는 2000억달러 정도가 맞는다.
③ 트럼프는 강자와는 주고받기 거래를 하고 약점을 가진 상대에게는 가혹하다. 처음에 관세 폭탄은 중국을 겨냥한 것인 양하더니 시간이 흐르자 대중국 관세는 손에 쥔 모래 빠져나가듯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끝까지 완고하다. 트럼프에겐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과 동맹이란 사실 자체가 큰 ‘약점’으로 보이는 것 같다.
④ 먼저 경미(경제는 미국)가 일정 부분 퇴색될 것이다. 특히 25% 관세를 내는 현대기아차는 일본차에 밀려 미국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피와 땀과 시간을 들여 일군 미국 시장이다. 다른 품목들도 크든 작든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경미’는 ‘경중(경제는 중국)’으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장을 닫아 걸고, 공장 지어주러 간 한국 근로자들에게 쇠사슬을 채우고, 전문직 비자 비용을 100배 올리면 심리적으로도 ‘경미’는 멀어진다.
⑤ 안미(안보는 미국)도 불확실한 점이 많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대중국 최전선 기지라는 전략적 가치가 있다. 그래서 함부로 버리지는 않겠지만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불필요한 미국 무기 강매, 주한 미군 재배치 및 감축, 주한 미군 지위 격하,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및 비용 과다 청구, 있을지도 모를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한국 배제 등 다양한 형태로 ‘안미’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가 ‘경중’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안중(안보는 중국)은 할 수 없다. 중국은 우리를 속국 취급할 나라다. 그렇다면 ‘안미’와 ‘안자(安自·안보는 우리 힘으로)’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하되 미국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나라가 휘청거리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재래식 군사력만은 북한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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