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특이점에 도달한 한국 정치

에도가와 코난 2025. 8.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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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특이점(singularity)이란 온도·밀도 등의 물리량이 무한대로 발산해 기존 물리 법칙이 붕괴하는 지점을 의미한다.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블랙홀 내부가 특이점의 대표적 사례다.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특이점이란 개념을 사회과학에 응용해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해 통제 불가능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란 의미로 사용했다. 커즈와일은 2045년에 ‘초지능’이 등장하고 인류는 기계와 융합해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특이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② 그런데 일찌감치 특이점에 도달한 분야가 있으니 바로 한국 정치가 되겠다. 의회민주주의의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 정치에 낙후된 측면이 많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8년 첫 평화적 정권교체 등을 거치면서 점점 한국도 민주주의의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게 합의된 인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들을 돌이켜보면 한국 민주주의는 성장한 게 아니라 급속히 붕괴해 특이점을 만난 듯하다. 잠깐 사이에 기존의 통념과 관례가 모두 무너졌다. 무엇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벌인 비상계엄 사태가 너무 초현실적이다.

 

④ 비상계엄 6개월 뒤에 출범한 이재명 정권은 어떤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기저효과를 누리며 외형상 순항하지만, 정치만큼은 붕괴의 연속이다. 국회가 완벽한 민주당 일당 체제로 돌아가면서 국민의힘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민주당은 국가 기본시스템을 뒤흔드는 중대한 법안들을 국회에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제대로 된 토론도 없다. 새로 뽑힌 여당 대표는 공공연히 국민의힘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해산까지 거론한다. 예전 같으면 엄포라고 생각했겠지만, 기존 정치 관행이 소멸한 지금은 야당 해산이 진심일 수도 있겠다 싶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견제와 균형이며 작동 원리는 대화와 타협이다. 당연히 다수당의 의사가 우선이지만, 다수가 항상 소수를 깔아뭉개는 건 독재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당 일당 국회는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한국 정치의 붕괴가 도달한 특이점이다. 87년 개헌 이후 여야 관계가 이 정도로 파탄 난 적은 여태껏 없었다. 도무지 일당 국회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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