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누구도 우크라 지켜주지 않았다

에도가와 코난 2025. 3. 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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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여섯 차례나 “당신에게는 (내밀) 카드가 없다(You don’t have the cards)”고 면박 준 장면은 우크라이나가 처한 안보 현실을 뼈저리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련 해체로 1991년 독립국이 됐지만 30여 년 동안 강대국의 안보 약속만 믿고 있다가 국제사회 ‘힘의 질서’에 휘둘려 이 같은 상황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패착으로 독립 초기 강대국들의 회유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였다. 중거리 핵미사일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전략 핵탄두 수가 1700개 이상이었고, 중·단거리 미사일과 전략 폭격기용 전술 핵무기도 최소 2000개 이상으로 평가됐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 시설에 기반한 자체 핵무기 제조창까지 갖고 있었다.

당시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핵무기는 막대한 관리비만 들어가는 ‘고철’과 다름없었다. 우크라이나는 결국 1994년 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함께 소련 시절 배치된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 폐기하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memorandum)’를 맺었다. 이 각서에 공동 서명한 핵보유국은 러시아·미국·영국이다. 각서 내용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대신 핵보유국들에 자국 영토와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구속력이 큰 ‘조약’을 요구했지만 강대국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양해각서 수준으로 격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침공해 합병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 주권을 존중하겠다’는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자 미국과 영국은 서방 동맹국과 손잡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G8(8국) 퇴출로 대응했지만, 정작 군사적 개입은 하지 않았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적극 지지하면서 실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하고 나섰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등 푸틴 정권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던 탓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다시금 나토 가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엔 러시아와 직접 종전 협상에 나선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대로 좌절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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