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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2 10

K-엘리트의 파산

①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에서 시작돼 대통령 탄핵과 파면으로 이어진 정치적 국면이 이제는 다섯 달째로 접어든다. 대통령 궐위선거를 치르게 될 6월 3일이 지나더라도 어쩌면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는 그 자장(磁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② 그러나 보다 거시적인 맥락에서, 나는 계엄이 우리 사회에 미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꼽으라면 단연코 ‘K-엘리트’의 파산을 꼽겠다. 서울대를 졸업했고 어려운 국가시험을 합격한, 그리고 일선에서 오랜 기간 전문적인 경험을 쌓았던 검사, 판사, 관료들이, 통상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해 왔던 소위 ‘K-엘리트’들이, 생각보다 훨씬 무능하거나 이기적이고, 심지어 공동체에는 해악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③ K-엘리트는 매우..

인공지능과 진화의 시간

① 얼마 전 국내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국내 변호사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외국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5년 전만 하더라도 다들 AI가 국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② 그로부터 고작 5년이 흘렀다. 격세지감이 크다. 이러한 발전 속도가 이어진다면, 수년 내로 AI가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대등하거나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일반지능’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하지만 AI의 미래를 바라볼 때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의 AI 발전이 꼭 우리가 예상해 온 대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③ 그러나 정작 AI 발전은 정반대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지금 AI가 눈에 띄게 활용되는..

'고정된 자리' 보다 집중해야 할 세 가지

①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서울의 어느 도서관을 찾곤 했다. 로비 통창을 열면 보이는 높은 산이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는 기분이었다. 그날도 도서관에 갔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누군가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 짐은 한쪽으로 치워진 상태였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② 도서관에서의 상황이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었다. 나는 퇴직 후 진로 때문에 걱정이 많았고, 청년은 취업을 위해 애쓰는 듯 보였다. 나와 청년, 우리는 서로 다른 세대지만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③ 돌아보면 퇴직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제는 쉬어도 된다’는 위로였다. 솔직히 나는 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아직은 내게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바..

"사춘기 전 숏폼 중독땐 집중력 저하, 문해력 약화"

①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보는 매체는 숏폼 콘텐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춘기 이전 뇌 발달을 마치지 않았을 때부터 숏폼 콘텐츠를 보면 더 쉽게 중독되고 집중력 저하, 문해력 약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② 숏폼 콘텐츠를 많이 보는 이유는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연령이 낮은 아이들은 긴 호흡을 가지고 대화를 하거나 의사를 전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길이가 짧은 콘텐츠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숏폼 콘텐츠가 가진 강한 자극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어릴 때부터 숏폼 콘텐츠를 자주 시청하면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뇌 발달은 사춘기가 지..

관세전쟁, '전쟁'으로 봐야 제대로 보인다

① 모든 전쟁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발발부터 전개 과정이 당초 전망과 크게 다르다. 결과가 지극히 참혹하다. ② 관세전쟁의 피해 1호는 물가상승이다. 빠른 협상으로 앞으로 관세율이 낮아진다 해도 작년보다 평균 관세율은 꽤 높게 형성될 것이다. 특히 대중국 관세는 145%에서 50~60%로 낮아지는데 그칠 것이다.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잘 안 떨어지는 성향이 있고 더욱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방해할 것이다. 또 경기는 좋지 않아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기금리는 잘 안 떨어질 수 있다. ③ 관세전쟁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예상과 다를 것이다. 인류는 하나로 묶인 초연결 세계라는 낯선 환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를 수단으로 무역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질서..

6070 '유튜브 중독' 위험 수위, 필터버블에 갇혔다

① 국내 고령층의 디지털 미디어 중독이 위험 수위라는 의료계 진단이 나왔다. 유튜브 등의 1인 미디어를 활용한 뉴스 소비에 의존해 정치 편향이 굳어지는 ‘필터버블’(특정 성향 강화)에 갇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② “고령층은 다른 연령보다 디지털 미디어에서 얻은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 중독에 빠지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③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터넷을 검색할 때 유튜브 등 동영상을 주로 이용하는 비율이 60~70대에서 가장 높았다. 고령층은 인터넷 검색 시 가장 신뢰하는 사이트로도 유튜브를 꼽았다. 노인들은 디지털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진 않지만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다른 연령대에 비..

'트럼프 롤러코스터'

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재집권 100일을 맞는다. 100일을 앞두고 그에 대한 실망스러운 국내외 평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그간 전 세계는 관세, 외교, 이민, 타국 주권 개입 등 각종 주제로 연일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시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으로 주식, 채권, 달러 가치 등이 요동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이 컸다. ② 미국 내에서도 반(反)이민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 등에 반발하는 반트럼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이 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③ 뉴욕타임스(NYT)가 913명의 미국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해 25일 발표한 결과에 ..

"우리 보수 교황 밀어줍시다" 콘클라베도 흔드는 MAGA

①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을 뽑는 콘클라베가 다음 달 7일 열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란치스코의 각종 파격 행보에 불만을 품고 있던 가톨릭 내 보수 세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 세력과 결집해 ‘로비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② 가디언은 “미국의 ‘반(反)개혁' 세력이 로마행 비행기표를 끊고 국제전화를 걸어가며 추기경들에게 갑작스러운 만찬 초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미국 가톨릭 주요 보수 인사들이 교황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한다. 원로 학자 프랜시스 X 마이어는 가디언에 “많은 이가 현장에서 (보수 교황 선출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③ 가톨릭계 보수파는 프란치스코 재위 기간..

대통령 최측근들의 집단적 '불고지죄'

① 국가보안법 10조에 불고지죄(不告知罪)라는 게 있다. 주위 사람이 반국가단체에 가입했거나, 북한 인사를 몰래 만난 사실 등을 알면서도 당국에 신고(고지)하지 않았을 때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양심의 자유를 해친다는 문제를 지닌 탓에 오래전부터 사문화됐다.② 대통령들의 거듭된 실패를 지켜보면서 이 조항을 대통령의 최측근에게는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후보 잘못에 입 다물었다고 법적 처벌을 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책임은 묻자는 뜻이다. 대선 후보가 지닌 자질 부족과 내적 허점을 뻔히 알면서 그런 게 없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든 죄, 대통령 측근으로 권세를 누리면서 바로 그런 문제가 촉발한 국정 일탈에 침묵한 죄가 해당한다. ③ 이젠 비밀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역정(逆情)과 배우자..

위기의식 없는 정치, 무너지는 청년

①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이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통계청은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증가가 청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쉬는 이유에 대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트럼프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신규채용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② 여기까지만 보면 자산가격이 높아진 저성장시대에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청년세대들에게 불리한, 세대 간 불평등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연령대별 자산분포를 살펴보면 50대 이상이 한국 전체 가계자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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