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를 ‘반국가세력’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내란 조작의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무장 군인을 국회에 투입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했던 사실을 없던 걸로 하자는 것인가.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된 그는 민주당을 나치에 비유하면서 의회독재를 비판했다.
② 히틀러도 1923년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를 전복하려던 뮌헨폭동 실패 이후 교도소 독방에 감금됐다. 망상 속에서 세계 정복과 인종 청소를 구상한 자서전 『나의 투쟁』을 구술했다. 광기의 극우 지도자는 1925년 출간된 이 책에서 “획득해야 할 대중의 수효가 많을수록 (선전의) 지적 수준을 더욱 낮추어야 한다”고 적었다.
③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혁명으로 하야하기 전 부상당한 대학생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부정을 보고 일어서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지. 이 젊은 학생들은 참으로 장하다”고 했다. 자기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 당사자들에게 생애 최악의 순간에 화해와 존경을 담은 헌사를 남긴 것이다. 이로써 내전을 막고 백척간두에 선 민주주의를 지켰다. 탄핵 법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면서 부하들과 구차하게 언쟁하는 윤 대통령과는 다른 지도자의 품격을 보였다.
④ 2025년의 혼란은 2016년에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국민과 국회의원 80%가 탄핵에 찬성했다. 여권도 탄핵심판 분위기에 압도됐고, 박 전 대통령은 고립됐다. 그러나 지금은 여권 인사들이 극렬 지지층의 아이콘이 된 윤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박근혜 탄핵에 가담한 뒤 문재인 정권의 적폐 수사에 시달렸던 악몽 때문이다. 실제로 탄핵 결정이 나오면 윤석열 부활을 외치는 목소리가 광장을 덮을 것이다.
⑤ 여권 주자가 대통령이 되려면 윤석열과 결별하기를 원하는 중도 민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되려면 거꾸로 옥중 상왕(上王)의 축복을 받아야 할 판이다. 이 원칙 없는 뒤죽박죽의 혼란은 헌정질서 회복을 방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이 나라는 사실상 두 동강 난 상태다. 어느 쪽이 집권해도 불복하는 심리적 내전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벌써부터 네 번째 탄핵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유통기간이 한참 지나 악취를 풍기는 승자 독식 제왕적 대통령제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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