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이 있다. 그 방의 진열장에는 여행지에서 가져온 기념품이나 취향이 묻은 오브제, 혹은 추억이 깃든 물건이 놓여 있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무의미한 물건일지 몰라도, 그것은 나에게 시간을 머물게 하는 장치다. 일상의 사물부터 공예품이나 민속품, 빈티지 소품, 고지도와 고문서, 희귀 광물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저마다 세계의 파편을 모은다. 수집은 단순히 축적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방식이자 대상에 대한 애착이며 취향의 표식이다. ② ‘분더카머(Wunderkammer)’, 즉 기이하고 신비로운 것을 모아 놓은 ‘경이의 방’은 그러한 수집의 기원을 상징한다. 16~17세기 유럽의 왕실과 귀족, 교양 있는 상인과 학자들의 진열장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은 이국의 공예품, 동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