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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려는 거란이 세운 요와 세 번 싸웠다. 그중 수도 개경이 불탔던 2차 여요 전쟁이 가장 큰 위기였다. 절체절명에서 나라를 구한 장수가 양규였다. 수많은 전공을 세운 뒤 나선 마지막 전투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맞고 선 채로 전사했다. 그의 희생 덕에 고려는 기사회생했다.
② 여요 전쟁 이후 고려는 200년 넘는 장기 평화를 누렸다. 하지만 평화에는 기강을 허무는 독성이 내재해 있다. 그 독이 가장 먼저 공격한 대상이 아이러니하게도 고려에 평화를 가져다준 군인이었다.
③ 대련을 하던 장군 하나가 밀리는 것을 본 어느 문신이 달려들어 뺨을 때리자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그날 밤 무신의 난이 발발했다. 난리 통에 죽은 문신 중에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도 있었다. 무신의 난 여러 해 전, 정중부 장군의 수염에 재미로 불을 붙였던 자다.
④ ‘핵 가진 북한과 잘 지내겠다’는 인사가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다. 70년 유지된 우리 안보에 중대한 변화가 올지도 모르는데 우리 국회에선 군복 입은 장군들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한다.
⑤ 일부에선 지난달 채 상병 특검 청문회장에서 치욕을 겪고도 감내한 장군들을 기개 없다고 나무란다. 그러나 군인의 기개와 용기는 적과 싸울 때 발휘하는 것이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국민이 지켜주지 않으면 군은 명예를 지킬 길이 없다. 명예를 잃은 군인에게 누가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달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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