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가짜 대학생

에도가와 코난 2026. 5. 1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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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본지 사회면(1983년 2월 17일 자)에 가짜 서울대생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진짜보다 더 설친 서울 법대생, 서클대표 맡고 교수 주례로 결혼까지’였다. 중졸 학력의 A씨는 복학생인 척하고 강의 듣는 걸로 그치지 않았다. 법대 과대표를 맡았고 법대 학장 주례로 재학 시절 결혼식까지 올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졸업 앨범을 만들며 학적부를 대조하다 그의 이름이 없다는 게 확인되면서 4년간의 거짓 인생이 들통났다.

1980년대 대학 캠퍼스에는 이른바 ‘경찰 프락치’가 활동했다. 학생으로 위장해 시위 동향을 수집하던 경찰 요원들이었다. 때로는 ‘가짜 대학생’들이 엉뚱하게 경찰 프락치로 몰렸다. 일부 운동권 학생들이 서울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재수생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고문한 사건이 벌어졌다.

2007년 대한민국은 ‘학위 검증’이라는 열병을 앓았다. 예일대 박사를 사칭한 미술관 큐레이터가 대학 교수와 비엔날레 감독까지 지낸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후 스타 강사, 배우, 감독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사실은 정식 대학생이 아니라 도강·청강생이었다”는 고백 릴레이가 이어졌다. 실력보다 간판과 학위를 먼저 보던 시절이 낳은 단면이었다.

‘하루 가짜 서울대생’ 비용이 50만원이다. 유명 아이돌·밴드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대학 축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축제 주최 측은 모바일 학생증과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하며 공항 수준의 ‘검문검색’을 벌인다고 한다. ‘가짜 대학생’도 크게 달라졌다.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의 초라한 나를 버리고 가공의 나를 진실이라 믿는 정신의 병이다. 과거 가짜 대학생들 중엔 리플리 증후군을 의심해야 할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적발된 뒤에도 자신이 가짜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시절이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뉴스는 거의 사라지고 축제용 ‘하루 서울대생’이 화제가 된다. 학벌이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바뀐 세태가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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